[신나는 공부]“늪에서 놀며 살아있는 과학 배워요”

  • 입력 2004년 9월 12일 17시 29분


다양한 관찰 및 실험 활동 기회가 마련되면 학생들은 과학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된다. 충북 충주시 목행초등학교 학생들이 교내에서 기르는 각종 식물들을 관찰하고 있다.-충주=손효림기자
다양한 관찰 및 실험 활동 기회가 마련되면 학생들은 과학에 더욱 흥미를 갖게 된다. 충북 충주시 목행초등학교 학생들이 교내에서 기르는 각종 식물들을 관찰하고 있다.-충주=손효림기자
“자연은 최고의 과학 완구입니다.”

충북 충주시 목행초등학교 권영정 교장(59)의 과학 교육에 대한 소신이다.

이 학교 과학탐구반인 ‘목행 YSC’ 학생들은 인근 생태체험 학습장인 곤평늪에서 자라는 각종 식물들을 관찰하며 과학 공부를 하고 있다.

벼가 가득 찬 모시래 들판 한가운데 자리 잡은 이곳은 권 교장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600평짜리 논이 있던 곳으로 2002년 5월에 곤평늪으로 꾸민 것이다.

권 교장은 직접 설계도를 구상한 뒤 사비를 털어 논바닥을 파내고 물을 채운 뒤 각종 동식물들을 구해 넣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자란 부들, 창포, 줄 등을 이용해 각종 실험을 하고 다양한 발명품을 만들어 내는 등 살아있는 과학 체험을 하고 있다.

부들을 이용한 의료용 멈춤 밴드와 단열 방화 방석, ‘웰빙 창포비누’, 곰팡이가 안 피는 창포잎과 뿌리의 혼합 추출액, 줄잎을 이용한 ‘싱싱차’, 연을 이용한 방수 종이 등 학생들이 만든 6개 발명품은 최근 특허출원을 신청한 상태다. 과학탐구반을 통해 자연을 이용한 과학 학습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수생식물 탐구=목행초교 교장실 앞 베란다에는 부레옥잠, 개구리밥, 나사말 등이 담긴 어항들이 즐비하다. 벼, 창포 등도 한 곁을 차지하고 있다.

학생들은 부레옥잠이 살고 있는 어항의 물 온도와 그냥 물이 담긴 어항의 온도를 비교했다. 둘 다 햇볕 아래 놓여져 있었지만 부레옥잠이 있는 어항의 온도는 25.4도, 그냥 물이 담긴 어항은 30도를 기록했다.

수생식물이 수온 상승을 방지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직접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나사말이 살고 있는 어항에는 늪에서 채취한 우렁이가 함께 살고 있었다.

권 교장은 “나사말은 산소통이라 불릴 만큼 많은 산소를 만들어낸다”며 “그냥 물이 담긴 어항에 우렁이를 넣어 두면 얼마 안 가 죽지만 나사말이 담긴 어항에는 오래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생식물을 활용한 발명품=학생들은 곤평늪에서 여러 가지 수생 식물을 채집해 이를 관찰하며 여러 가지 발명품을 만들어냈다.

5학년 이상원군(11)은 단오날 창포에 머리를 감으면 머릿결이 부드러워진다는 사실에 착안해 ‘웰빙 창포비누’를 발명했다. 이군은 창포액을 추출해 비누를 만들어 직접 머리를 감아보았다. 이군은 “머리카락이 잘 빠지지 않고 쉽게 헹궈졌다”며 “양말을 빨아보니 찌든 때도 잘 빠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창포액이 부패를 방지한다는 사실도 확인하고 창포물로 지은 밥과 그렇지 않은 밥의 상하는 시간을 비교하는 실험을 하기도 한다.

6학년 심온슬양(12)은 부들 열매가 솜처럼 보드랍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 이를 이용해 방석을 만들었다. 심양은 “부들 방석은 솜방석에 비해 보온 효과가 뛰어나고 불에도 잘 타지 않아 단열재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양은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보니 옛날에 병사들의 방한복에 부들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고려시대 문인인 이규보의 시에도 부들로 만든 방석에 앉으니 좋다는 내용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5학년 김성은양(11)도 부들 열매의 부드러운 부분을 일회용 밴드 위 가제 부분에 붙여 사용해 보았다. 김양은 “아스팔트에서 넘어진 동생의 무릎에 밴드를 붙여줬는데 피가 빨리 멎고 가려움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6학년 이하나양(12)은 줄을 이용해 차를 만들었다. 줄에 게르마늄 성분이 많고 고혈압과 당뇨병에 좋다는 사실을 눈여겨본 것. 이양은 이 차에 ‘싱싱차’라는 이름을 붙였다.

▽늪을 통한 생태교육=곤평늪은 수생식물, 수서곤충, 양서류, 파충류 등 120여종의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 학생들은 관찰을 통해 먹이사슬, 먹이그물을 관찰하고 곤평늪의 식물 군락도를 그려보기도 했다.

수시로 보트를 타고 늪을 다니며 오랜 시간을 관찰한 결과 벼→메뚜기→개구리→백로 순으로 먹이사슬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내기도 했다.

학부모 이경자씨(36·여)는 “아이가 매일 곤평늪에서 살다시피 하며 석 달 넘게 연구하고 실험하는 모습을 보며 이게 바로 ‘살아있는 공부’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학부모 박은희씨(36·여)도 “솔직히 다른 과목 공부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염려를 했지만 하나의 주제에 푹 빠져 연구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오히려 마음이 든든해졌다”고 말했다.곤평늪 방문과 문의는 홈페이지(www.gon2002.com)를 참고하면 된다.

충주〓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