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농장에는 동주와 국진 등 우리말 이름을 가진 진돗개 100여 마리가 있다. 이 중 62마리가 한국애견연맹이 인증한 ‘챔피언’이다. ‘준수’와 준수의 아들 ‘무룡’은 그중 단연 으뜸이다.
키와 몸길이가 10 대 10.5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황금빛 털과 대춧빛 눈, 수직으로 올라간 꼬리 등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 진돗개는 세계축견연맹(FCI)의 공식 견종(犬種)으로 인증 받지 못했다. 내년 FCI 총회에서 진돗개의 국제 공인 여부가 최종 결정되는 것에 맞춰 올해 5월 방한한 FCI 관계자들은 최고급 품종의 진돗개가 모여 있는 홍 이사장의 농장을 찾았다. 이들은 진돗개의 사육 상태 등을 보고 매우 만족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홍 이사장이 진돗개를 대량 사육하기 시작한 것은 5, 6년 전. 상산고 제자들 상당수가 진돗개를 키우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고 좋은 품종의 진돗개를 주기 위해 이때부터 전국에서 소문난 진돗개를 사 모았다.
지금은 진돗개 관리에만 매달 1000여만원이 들어간다. 새로 태어나는 진돗개에겐 ‘가, 각, 간’ 등 한글 자모순으로 이름을 붙이는데 벌써 ‘ㅎ’까지 한 바퀴를 돌아 이번에 태어날 새끼에겐 ‘유’로 시작되는 이름을 붙일 차례라고 홍 이사장은 말했다.
그의 진돗개 사랑은 좋은 품종의 개를 보급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홍 이사장은 “진돗개 보존육성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각계 전문가로 진돗개 연구팀을 만들어 진돗개 표준모델을 만들고 세계의 어떤 견종과도 비견될 만한 최고급 품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몇 년 뒤 ‘수학의 정석’과 비견될 만한 ‘진돗개의 정석’이 나올지 모르겠다며 그는 호쾌히 웃었다.
홍 이사장은 수학 참고서로 유명한 ‘수학의 정석’의 저자이다. 그는 이 책을 팔아 모은 돈으로 1981년 전북 전주시에 상산고를 설립했다. 상산고는 2002년 자립형 사립고로 새 출발을 했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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