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포커스 피플/유해숙 인천연대 사무처장

  • 입력 2004년 9월 12일 20시 51분


“이젠 시민단체는 주민 곁으로 다가가 그들에게 배우고,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인천의 한 시민단체 여성회원이 현장에서 뛴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학문적으로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인공은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유해숙 협동사무처장(40·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그는 최근 가톨릭대에서 ‘지역복지운동의 거버넌스 유형연구’란 논문으로 학위를 받았다.

논문에서 그가 밝힌 ‘거버넌스’는 정부(자치단체) 역할과 기능 간 불일치에서 탄생한 ‘대안적 국정 관리’라는 사전적 의미와는 차이가 있다. 고위 또는 담당 공무원이 혼자 하던 정책 결정에 자치정부와 주민, 시민단체가 협력적 관계를 갖고 참여해 지역발전에 함께 고민하자는 의미가 강하다.

협력적 관계는 주민들이 일상에 겪는 작은 불편을 해결하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유 처장은 1994년 ‘남동시민모임’이란 시민단체에 활동하면서 주민들의 느끼는 작은 불편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 30, 16번 버스가 인천 만수동 수인마을에서 5분 거리의 경기 부천 송내역까지 운행하지 않아 주민들이 20분 이상 걸리는 동암역을 이용하는 불편을 겪었다.

6개월 간 버스 정류장에 주민을 상대로 서명을 받고, 남동구청을 찾아 공무원을 설득한 뒤 건의서를 내 문제를 해결했다. 10여명의 회원이 5000여명의 주민이 겪는 불편을 해결한 것.

또 기존의 안티(anti)적 성향의 시민운동이 갈등구조에서 벗어나 협력구조를 바탕으로 한 새 운동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인천연대가 그동안 해온 ‘판공비 공개운동’ 등은 시민단체와 자치단체가 갈등구조에서 얻은 성과물이랄 수 있다.

그는 “안티적 성향의 시민운동보다 대화와 타협,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시민운동이 정착되어야 시기”라고 강조했다.

지역 현안에 주민참여를 유도하고 자치단체 등을 대화와 타협,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운동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

그는 98년부터 인천연대에서 협력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다. 99년에는 인천지역 수돗물 불소화 운동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 정부 이후 시민단체들은 그 역할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주민과 함께하는 운동을 통해 이해 당사자와 타협과 토론의 문화를 꽃 피운다면 시민단체의 바라보는 눈도 달라지지 않겠어요.”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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