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서 이들의 대다수는 부모나 친지들이 전공과목을 결정할 때부터 반대했다고 전했다. 또 대학 내에서 성차별을 당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87%의 여학생들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포항공대 산업공학과 93학번 허은모씨는 “고교 때 선생님들이 ‘여자들은 수학을 못 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며 “그런 말을 3년 내내 듣다 보니 나중엔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과학고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토목공학과에 진학한 배정화씨는 “선배들로부터 ‘너는 여자애가 어떻게 토목공학과에 올 생각을 했느냐’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94학번 이은화씨는 “정치외교학과에 다닌다고 하면 주변에서 ‘여자 정치가가 나오겠네’라며 비꼰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지난 7년간 전공의 성격과 성(性)을 연결짓는 이런 인식은 많이 달라졌다. 디지털문화의 확산과 함께 특정한 전공영역에 있어 남녀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진 데다 양성평등 의식도 개선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입시 전형에서 학교생활기록부의 반영 비율이 높아지면서 자기절제를 잘하고 수행평가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여학생이 유리한 점도 있다는 것이 교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해마다 여대생 수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와 연세대에서는 각각 여성 동아리연합회와 총학생회장이 나오기도 했다. 남녀공학에서 단과대학 학생회장직을 여학생이 맡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금녀의 영역이나 마찬가지였던 육사 해사 공사 등에 여학생이 대거 진학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는 것도 더 이상 뉴스가 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여대생들은 학교에서 두드러진 성차별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남학생이 많았던 서울대 법대의 경우 여학생은 1997년에 비해 2배로 늘었다. 1, 2학년의 경우 여학생이 40%나 된다.
연세대 경영학과(복수전공 포함)의 경우 여학생 비율이 35%가량 된다.
서울대 경영학부 2002학번 최은혜씨(21)는 “어려서부터 회사 경영에 관심이 많아 경영학과를 선택했다”며 “부모님도 이해해 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칠 것 없는 여대생 파워도 취업을 목전에 두고서는 좌절을 맛보기 시작한다.
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인 신정현씨(23)는 “경영학이 적성에 안 맞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여학생들은 취업의 어려움 때문에 1년이나 한 학기 정도 졸업을 미루는 일이 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법대 2003학번 김혜성씨(20)는 “법대가 그나마 여학생들이 차별을 덜 받는 곳이라며 주변에서 많이 응원해줬다”며 “그러나 주위에서 앞으로 일뿐 아니라 가정생활도 충실해야 한다고 말할 땐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7년 전 “법대 여학생들은 여자 같지 않다”고 말했던 서울대 법대 96학번 김모씨(31·강사)는 “이제 여성의 학문이 따로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며 “여학생 비율에 비해 여교수 비율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교수 사회도 시간이 가면서 반드시 변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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