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간인 시미즈 기요시(淸水紀佳) 전 일본 구마모토(熊本)대 교수와 박명미 규슈산업대 한국어 강사는 최근 출간한 ‘아나타는 한국인’(정신세계사)이라는 책에서 어근이 같은 한국어와 일본어 어휘 5000여개를 찾아냈다면서 그중 1500개 어휘를 예로 제시했다.
이들은 특히 이러한 비교언어학적 연구결과를 역사학 및 고고학적 연구와 접목시켜 볼 때 한반도인이 청동기시대부터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고대국가를 형성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한글과 일본어를 로마자로 표기한 뒤 어근과 접사를 따로 구분하는 방식을 통해 어근의 유사성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한국어 갓(gas)과 같은 뜻의 일본어 가사(kas-a)에서 ‘gas’와 ‘kas’가 같은 어원이란 설명이다. 한국어 ‘이야기’의 고대어로 추정되는 ‘이바구(ibagu)’와 일본어로 ‘말하길(曰)’이란 뜻의 ‘이와쿠(iwaku)’는 ‘-ba-’가 ‘-wa-’로 바뀐 것으로 이는 한국어에서 ‘아름답다’가 ‘아름다워’로 바뀌는 ‘순경음탈락’과 같은 변화라는 설명이다.
이 책은 발음이 다른 것처럼 느껴지는 어휘도 자음삭제, 순경음탈락, 순음교체 등의 음운법칙을 통해 그 어원이 같음을 밝혀내고 있다.
또 한국어로 ‘소를 몬다’의 명사형 ‘소몰이(somori)’와 일본어로 ‘애를 본다’의 명사형 ‘고모리(komori·애보기)’가 유사한 어근(mori)을 지녔을 뿐 아니라 명사형을 만들 때 목적어를 동사 앞으로 보내고 명사형 어미(i)도 같다는 식의 형태론적 공통점도 찾아냈다.
두 사람은 고대 한국어를 한어(韓語)라 호칭하고 언니어에 해당하는 한국어를 반도한어, 동생어에 해당하는 일본어를 열도한어로 구별했다.
비교언어학의 권위자인 시미즈 교수는 “고대 이집트어와 아프리카어가 같은 계통이고, 영어와 독일어가 자매어이듯 한국어와 일본어도 한어(韓語)를 어머니로 해서 태어난 말”이라며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한국인과 일본인이 더욱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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