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력증강' 식당에 친절한 경찰서장

  • 입력 2004년 9월 14일 15시 27분


경기 고양시 일산구 A 음식점은 5월 개업하자마자 파주 의정부는 물론 서울 일대에까지 소문이 도는 유명 업소가 됐다.

음식도 맛깔스럽지만 식사 후 나오는 차와 환약이 남성 정력 증강에 즉효가 있다고 소문이 났기 때문.

즉시 강력한 효과를 봤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고 단골도 줄을 이었다.

'혹시 비아그라를 탄 것 아니냐'는 손님이 있으면 업소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경기 Y경찰서로 보낸 회신 공문을 내보이며 순수 한약성분임을 강조했고 손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공문은 국과수가 Y경찰서가 이 업소 환약의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를 통보해 준 것으로 확인됐으며 독극물이나 유해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지인의 초대로 이 업소에 들렀던 Y경찰서 L서장이 환약을 가져다 성분 분석을 지시했고 그 결과 통보서를 이 업소에 다시 전달해 준 것.

하지만 업주 장모씨는 최근 검찰에 식품위생법과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장씨가 혐의 내용을 부인하고 있으나 차에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을 섞었기 때문에 그 같은 효과가 생겼다며 업소에서 비아그라 등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장씨가 손님 중 일부에게 치과치료도 하고 한약을 조제해주는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혐의도 적용했다.

손님 중 일부는 식사 후 열이 나고 허리나 머리 등의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는데 업소측은 '음식이 기(氣)를 순환해주다 안 좋은 부위에 막혀서 생기는 일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결국 비아그라 등의 부작용이었던 셈.

단골 김모씨(44)는 "의심이 갔는데 경찰서에서 확인된 공문까지 보여주니 정말 신통한 음식으로 생각해 자주 갔었다"며 "속은 내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L서장은 "지인의 초대로 갔다가 의심이 나서 검사해보니 유해요소가 없어 믿을 만한 식당으로 생각해 통보서를 직접 전해주었다"고 해명했다.

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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