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친한 친구에게 ‘나, 게이야’라고 고백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두렵습니다.”(박모씨·25)
“간염 보균자지만 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입사 면접 등에서 마치 중환자처럼 취급받습니다.”(정모씨·28)
장애, 병력(病歷), 비정규직 외국인노동자, 동성애자 등은 한국 사회의 ‘마이너리티’를 형성한다. 이들이 바라는 소망은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실태=올해 1∼8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차별행위 진정사건 778건을 유형별로 구분하면 사회적 신분(163건·21%), 장애(86건·11.1%), 인종·피부색·출신 국가·출신 민족(50건·6.3%), 병력(28건·3.6%) 등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또 인권위가 올해 초 발표한 ‘차별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서 1000명의 응답자 중 20.9%가 장애에 대한 차별이 가장 심각하다고 꼽았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가 2003년 한 해 들어온 730여건의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인권침해로 접수된 상담이 385건으로 절반을 넘었다.
‘식당에 들어갔는데 바쁜 시간이니까 나가라고 내쫓았다.’
‘정신지체 아들이 꽃집에서 일했는데 주인이 아들을 보증인으로 세우고 대출을 받았다.’
이처럼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는 생활 전반에 퍼져 있다. 장애인들은 특히 고용에 있어 차별과 편견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전신마비 1급장애인 김모씨(27·경기 안산시)는 올해 국회사무처와 서울시청 채용시험에서 “손놀림이 불편하니 컴퓨터답안지(OMR 카드) 기재시간을 늘려주거나 대필 인력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관련 규정이 없다”는 ‘판박이’ 대답만 들어야 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부각된 비정규직 문제도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의 규제를 위반 또는 회피할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이런 사회적 신분에 대한 인권위 진정은 지난해 36건에 불과했으나 올해 8월 말 현재 163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인권위 관계자는 “한 정부기관에서 계약직 직원들이 차별에 대한 진정을 제기한 데 이어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하는 일용직 직원들마저 ‘우리는 계약직만한 대우도 못 받는다’며 또 진정을 제기하는 일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여성동성애자인권운동 모임인 ‘끼리끼리’가 2000년 11월∼올해 4월 상담자료 447건을 분석한 결과 여성동성애자들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등의 협박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동성애자단체 관계자는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자는 ‘변태’ ‘정신병자’의 또 다른 이름으로 취급된다”고 말했다.
▽“차이를 인정해야”=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서는 ‘차이’가 존중되지 못하고 이내 ‘차별’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횡단보도 신호등 점등시간이 비장애인의 속도에 맞춰져 있고 그것이 장애인에게 차별이라는 사실을 비장애인은 알기 어렵다. 또 성적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수정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을 이성애자의 입장에서 알기 어렵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소수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다.”(이화여대 조순경 교수·여성학)
조 교수는 “차별은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에 기초한다”며 “편견과 무지를 수정하는 교육이 차별 예방 차원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하고 그런 편견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났을 때 법적으로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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