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外資유치 성공시대… 공장설립용 11억달러 들여와

  • 입력 2004년 9월 15일 17시 32분


《지난달 일본 액정표시장치(LCD) 제조업체인 미쿠니컬러 임원들이 경기도청을 방문했다. 평택시에 4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방문을 주선한 측은 경기도가 아닌 일본 스미토모화학. 이 회사가 미쿠니컬러에 경기도 투자를 추천하고 면담까지 알선했다. “한국에 미리 투자를 하고 있던 스미토모화학이 경기도의 기업 환경을 현지 협력사들에 직접 알리며 동반 투자를 제안했습니다. 이 때문에 전혀 예상치 않은 외자(外資)를 유치했지요.”(이재율·李在律 경기도청 투자진흥관)》

경기도의 외국인 투자 유치가 주목을 끌고 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공장설립형 외자 유치 실적은 11억1600만달러. 2002년(7800만달러)의 13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경기도를 한때 외자 유치의 성공 사례로 꼽혔던 아일랜드에 비유하고 있다.

▽실속형 외자 유치=경기도는 2002년 이후부터 외자 유치 실적을 모두 공장설립형 제조업 부문에 한정해서 집계한다. 실속 없는 홍보성 실적은 자제하겠다는 것.

1998년부터 2002년까지 경기도의 외자유치 실적 106억달러 가운데 인수합병(M&A) 투자는 60%인 64억달러,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는 28%인 30억달러였다. 하지만 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실제 성사된 것은 거의 없다. M&A 투자도 기업 도산에 따른 고육지책이었을 뿐 지역경제에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반면 2002년 이후부터 올해까지의 외자 유치 실적 18억7300만달러는 대부분 공장 설립이 진행 중이거나 부지 매입 절차를 밟고 있어 대조를 보인다.

▽정책 지원에 노조 협력까지=경기도의 변화는 수도권 개발 제한이라는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전환시킨 산물이다. 수도권공장총량제에 묶여 일반 업종의 진입이 어렵게 되자 아예 첨단 업종 중심의 외국인 투자 유치로 방향을 튼 것.

이를 위해 외국인 전용공단을 조성하고 외국기업 유치단을 올해에만 4차례나 해외에 보내 정보통신 등 첨단 기업들과 접촉했다.

외자 유치에 노조의 협조를 이끌어낸 것도 성공 비결. 손학규(孫鶴圭) 지사는 투자유치단에 매번 노조 관련 인사를 포함시킨다. ‘강성 노조’의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서다.

이달 2∼7일 미국·일본 투자유치단에 참여한 이화수(李和洙) 한국노총 경기본부 의장은 “노조가 외자 유치에 협조한다고 하니 처음엔 의아해했지만 나중엔 한국 투자에 확신을 갖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외국인 소개=외자 유치가 탄력을 받으면서 최근엔 외국 기업이 다른 외국 기업을 추천하는 구전(口傳)효과까지 생기고 있다. 스미토모화학의 미쿠니컬러 추천은 대표적 사례.

스미토모화학은 작년 말 공장 증설용 부지를 찾는 과정에서 경기도청이 한국 업체인 농심을 설득해 농심 소유의 땅을 제공한 사례에 큰 감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스미토모화학 회장은 “150년간의 회사 역사에서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도움을 받은 적이 없는데 한국의 지방정부가 처음으로 도와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알박사(社)도 계열사 전체의 경기도 진출을 추진 중이다. 알박 계열사인 알박 도호쿠(東北)의 오노 신이치(小野信一) 사장은 이달 초 도쿄(東京)에서 손 지사를 만나 “알박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다른 계열사 두 곳과 함께 한국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