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神宮터에 ‘안중근 사당’ 짓는다

  • 입력 2004년 9월 16일 06시 53분


일제가 우리의 민족성을 말살하기 위해 서울 남산에 지었던 조선신궁(朝鮮神宮) 터(현 남산식물원)에 민족정기의 상징인 안중근(安重根·사진) 의사의 사당(祠堂)이 세워진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15일 “일제가 굴욕을 강요하기 위해 지은 신궁 터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살해해 민족정기를 드높인 안 의사의 사당을 건립하기로 결정했다”며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안중근의사기념관 이전 및 사당 건립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와 안중근의사숭모회 등이 마련한 사업안에 따르면 남산의 명당자리인 조선신궁 터 3000여평에 현재 남산 서쪽 구석에 위치한 안 의사 기념관을 옮겨온다는 것. 이와 더불어 안 의사 참배를 위한 사당과 교육관 등도 새로 짓는다. 남산식물원은 1994년에 철거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로 이전할 계획.

현재의 안 의사 기념관은 120평에 불과한 데다 개관(1970년)한 지 34년이 지나 매우 낡고 협소한 상태. 이 때문에 숭모회측은 20여평에 불과한 기념관 앞마당에 16개의 기념비와 기념동상 등을 빽빽이 세워 놓았다. 위치도 남산 순환도로에서 200m 이상 떨어진 한적한 곳이어서 기념관을 찾는 관람객이 하루 10여명에 불과한 실정.

숭모회측은 새 부지에 안 의사 사당과 기념관 등이 들어서면 현재 하루 10여명에 불과한 참배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요 예산은 300억∼400억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신궁 터 주변에 남산 성곽 터가 남아 있는 데다 이 땅의 명의가 재정경제부, 산림청 등 여러 기관으로 돼 있어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이들 기관의 사전 동의와 문화재를 담당하는 문화재청의 허가가 필요하다. 김광시(金光市) 안 의사 숭모회 사무처장은 “광복 60년이 다 되도록 안 의사의 사당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수치”라며 “일제강점기의 상징이었던 신궁이 있던 자리에 민족혼의 상징인 안 의사 기념관과 사당을 세우는 것은 역사적으로, 민족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조선신궁이란▲

일본의 신사(神社) 중 가장 격이 높은 게 신궁이다. 일제는 1910년 강제 병합 후 우리나라 전역에 신사를 건립한 데 이어 1920년부터 6년에 걸쳐 남산에 신궁을 지었다. 이후 조선인들의 참배를 강요해 1940년대 초에는 연간 참배객이 300만명 선까지 늘어났다. 일제는 패망 후 신궁을 자진 해체했다. 현재는 돌계단 118개만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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