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책 원전센터 ‘허송세월’…부지선정∼완공까지 최소4년

  • 입력 2004년 9월 16일 18시 22분


15일 마감된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원전센터) 유치 예비신청에 지방자치단체들이 한 곳도 나서지 않아 7개월간 끌어 온 원전센터 건설 사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원전센터 건설은 부지 선정에서 완공까지 4년 정도 걸리는 데다 기존 저장고 시설은 4년 뒤인 2008년이면 포화 상태에 이를 전망이어서 원전수거물 처리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이희범(李熙範) 산업자원부 장관은 1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10월 안에 대안을 마련해 투명하고 새로운 절차에 따라 원전센터 건설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기존 일정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것을 시사한 발언이다. 원전센터 부지 선정 작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이 장관은 이어 “현행 부지 선정 절차상 유일하게 예비신청 단계로 남아 있는 전북 부안군의 경우 주민투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부안군의 주민투표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기존 일정에 따를 경우 부안군은 단독으로 11월 말까지 원전센터 유치안에 대해 주민투표를 실시해 유치안이 가결되면 12월에 본신청을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이 동의한 열린우리당 중재안을 정부가 받아들이면 부지 선정 작업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된다.

열린우리당의 중재안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부지 선정 절차를 전면 중단하고 정부 시민단체 국회 등이 참여하는 공론화기구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중재안 수용 여부에 대해 “최종 방침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부안군을 제외하고 예비신청 지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결국은 여당이 제시하고 시민단체가 동의한 방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문제는 이럴 경우 부지 선정 작업이 또 늦춰진다는 점이다. 공론화 기구는 최장 1년에 걸쳐 신 고리 1, 2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추진 중단 문제를 포함해 원전정책 전반에 대한 의견차를 조율하게 된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방사선수치가 높은 ‘사용 후 연료’ 저장량은 지난해 말 6588t으로 총저장 용량의 67.2%에 이른다. 원전별 ‘사용 후 연료’ 저장고는 월성원전이 2006년에, 울진이 2007년, 고리와 영광이 2008년에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박군철(朴君哲) 교수는 “지역민의 의사를 묻기 위한 주민투표와 건설기간 등을 고려하면 원전센터 부지 선정에서 완공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부지 선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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