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사에서 대학들이 특정 학교 출신 수험생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전형기준을 적용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대입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과 함께 탈락자들의 집단소송 등 파문이 예상된다.
▽실태조사 어떻게=교육부 한석수 학사지원과장은 17일 “각 대학이 고교등급제 관련 의혹을 해명하기를 기다렸지만 대학의 해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실태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20일부터 22일까지 대학별로 직원 2명씩을 파견해 올해 1학기 수시모집에서 서류전형과 학교생활기록부, 논술, 면접 등 전형과정에서 대학이 제시한 전형기준이 제대로 적용됐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현재 2학기 수시모집 기간 중이어서 전수조사 대신 표본조사를 할 방침”이라며 “채점 교수가 주관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논술 면접 성적은 존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학 반응=대학들은 “떳떳하게 조사를 받겠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사태가 어떻게 번질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세대는 “서류평가를 통해 학력차를 두기는 했지만 추천서와 학업계획서 등을 종합한 것이지 정해진 기준에 따라 일률적으로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고교등급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교육부가 납득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문제 대학인 것처럼 찍어서 조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격 조사 배경=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고교등급제 적용 의혹에 관련된 증거를 발표했는데도 대학의 해명이 미흡해 되레 불신을 증폭시킨다고 판단한 것 같다.
8월 26일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 발표 뒤 고교등급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민단체들이 새 대입제도 자체를 보이콧하려는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시민단체들은 지금까지 4차례의 공청회에서 교육부에 새 입시안 자체를 철회하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왜 논란이 됐나=전교조는 올해 연세대 1학기 수시모집 지원자의 학생부 성적 등을 분석해 비강남 출신 수험생들이 강남권 수험생보다 학생부 성적이 좋은데도 떨어진 것은 고교등급제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연세대는 “대학이 자체 연구한 학생부 성적 산출 방식을 적용하면 학생부에선 큰 점수차가 나지 않는다”며 “학생부보다 서류평가나 면접에서 당락이 갈렸다”고 해명했다.
이에 전교조는 다시 비강남 수험생이 수상 실적과 봉사활동 경력 등 서류전형 자료에서 더 뛰어난데도 떨어졌다는 사례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이런 와중에 한나라당 이주호(李周浩) 의원이 서울 강남의 일부 학교와 특목고의 성적이 훨씬 높다는 자료를 발표해 교육계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조사결과 따라 탈락자 소송 등 파문 예상▼
▽앞으로 어떻게 되나=조사 결과에 따라서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지역 학생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사정 원칙을 적용한 사례가 1개 대학에서라도 나올 경우 대입제도와 대학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전교조는 이미 고교등급제 때문에 탈락했다고 주장하는 학부모들을 모아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어 집단 소송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또 전교조와 시민단체들은 긴급대책위를 구성하고 이날 고교등급제로 인한 차별행위를 조사해 주도록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는 등 ‘전선(戰線)’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계속되는 논란 속에 학부모들은 자녀의 진학 진로를 놓고 불안해 하고 있다. 내신이 불리한 서울 강남의 고교나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의 진학 열기가 다소 시들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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