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라이프]은곡공업고 이종욱 교장

  • 입력 2004년 9월 19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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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중계2동 은곡공고 이종욱 교장(사진 가운데)이 17일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몸가짐을 바로하면 공부도 더 잘된다”고 당부하고 있다. 이 교장은 아침마다 교문앞에서 가위를 들고 학생들의 두발과 복장을 살펴본다. 황태훈기자
서울 노원구 중계2동 은곡공고 이종욱 교장(사진 가운데)이 17일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몸가짐을 바로하면 공부도 더 잘된다”고 당부하고 있다. 이 교장은 아침마다 교문앞에서 가위를 들고 학생들의 두발과 복장을 살펴본다. 황태훈기자
‘호랑이 교장 선생님’이 학교 정문 앞에서 이발가위를 들고 서 있다. 두발이 단정하지 못한 학생을 적발하기 위해서다. 수차례 구두경고를 받고도 불량한 두발로 등교하는 학생은 ‘매몰찬’ 가위질 세례를 받을 수도 있다.

두발자유화 조치 이전인 1970년대의 풍경이 아니다. 요즘 서울 노원구 중계2동 은곡공업고교 정문 앞에서 매일 아침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발사 선생님’은 바로 이 학교의 이종욱(李鍾郁·66) 교장.

자유로운 개성이 강조되는 요즘 가위를 들고 ‘강제로 자를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자신의 행동이 ‘구시대적인 행태’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이 교장도 안다. 하지만 그는 “풀어진 마음으로 학교에 오는 학생들을 긴장시키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강조한다.

“공고 학생들은 인문계에 비해 성적이 떨어지고 분위기도 거친 편이죠. 일부 학생은 학교를 뛰쳐나갔고 학부모의 반발도 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천방지축이던 학생들이 스스로 질서를 지키고 생활태도가 바뀌더군요.”

학교생활에 대한 무관심을 없애기 위해 ‘채찍’만 동원하는 건 아니다. 점심시간이면 교장과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직접 배식을 해준다.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풍물패를 비롯해 56개의 동아리 활동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공업계 고교는 지난해 고3 학생 396명 중 4년제 대학에 67명, 전문대에 274명이 입학했다. 올해에도 이미 1학기에 전문대와 4년제를 합쳐 40여명이 합격했고 수시 특별전형 등을 통해 약 280명을 진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파르타식 교육의 결실인 셈.

이 교장이 학교 설립을 꿈꾸기 시작한 것은 고교 재학 때 야학 교사를 하면서부터. 강원도 산골 출신으로 중학교 때 홀로 상경한 이 교장은 찢어지게 가난했다. 경복고에 입학해서는 돈이 없어 수위실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다. 1957년 서울대 사범대에 입학했지만 학업을 포기하고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11년 만에 학사모를 썼다.

박봉을 털어 1968년 중랑구 상봉동의 작은 건물에 공업전수학교를 세웠고 1972년 은곡공업고등기술학교를 법인 등록한 뒤 1991년 지금의 은곡공고를 설립했다.

어려웠던 학창시절을 잊지 못하는 그는 사비를 털고 독지가의 도움을 받아 매년 4분의 3이 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는 전교생 1120명 중 853명이 장학금을 받고 있다.

이 교장은 “학생들이 꿈을 계속 키워나갈 수 있도록 엄한 스승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며 “그들은 나의 과거이자 미래”라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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