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수뢰의혹 총리실 간부 잠적

  • 입력 2004년 9월 20일 06시 37분


국무총리실 고위 간부가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내사를 받던 중 사표를 낸 뒤 잠적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전 국무총리실 비서관(2급) 이모씨(49)에 대해 13일자로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1년 3월 A씨로부터 서울 구로구 개봉동 일대 공원용지 1만9000여평의 용도를 해지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이씨가 같은 해 7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사무실에서 B씨로부터 골프연습장 인허가를 받도록 힘써 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체포영장에서 “이씨가 지난달 말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4일 사표를 낸 뒤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씨는 “A씨로부터 돈을 받을 때 법무사 사무실에서 차용증을 작성해 건네줬으며 이자를 지급했음은 물론 원금도 갚았다”며 문제의 돈이 뇌물이 아니라 빌린 돈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비서진 전면개편 차원에서 기존 비서관들에게서 일괄 사표를 받았으며 이씨도 그 차원에서 사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보는 이씨의 반론을 듣기 위해 휴대전화로 연락을 취했으나 되지 않았다. 이씨는 1989년부터 총리실에 근무해 왔으며 두 자녀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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