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인사 24명 연탄소재 글 묶어 책 발간

  • 입력 2004년 9월 20일 18시 27분


이제는 추억 속에서나 있을 법하지만 연탄은 아직도 19만가구가 쓰는 소중한 연료. 각계 인사 24명이 이 연탄을 소재로 해 쓴 글을 묶은 책 ‘연탄’(208쪽·8000원·문학동네)이 나왔다. 시인 김지하 안도현, 소설가 이명랑씨,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등은 저마다 개성을 살려 ‘연탄’을 화두로 제각기 살아 온 인생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때로 슬프기도 하고 배시시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따뜻함이 느껴진다.

히트작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너에게 묻는다 중)로 ‘연탄 시인’이라고도 불리는 안도현 시인은 연탄불 가는 게 일이었던 유년시절을 회고했다. ‘너나없이 연탄을 때던 시절에는 창고 가득 연탄이 쟁여 있으면 마치 큰 부자가 된 듯 그렇게 든든할 수 없었다.’

소설가 이씨는 어린 시절 행상을 나간 부모님이 단속에 걸려 돌아오지 못한 어느 겨울밤의 공포를 녹여주던 연탄불의 기억을 되살린다.

‘다음날 아침 일찍 어머니가 돌아오셨다. 부엌 한가운데 빈 화덕을 놓고 둘러앉아 있던 우리들의 공포에 질린 얼굴을 내려다보시던 어머니. 슬픔에 목이 멘 채 어머니는 불을 얻으러 가셨다. 지난밤 우리가 겪었던 공포와 배신감과 서러움의 응어리가 어머니가 들고 오신 그 연탄불에 서서히 녹아 내렸다.’

김 장관은 수배를 당해 쫓기던 1970년대, 가족이 연탄가스를 마셨던 아찔한 기억을 털어놓았다. 드라마 작가 노희경씨는 암 투병 중이던 어머니가 연탄불에 구워 드시던 고구마를 떠올리며 그리움을 되새겼다.

이 밖에 지하 600m 막장에서 겪은 생생한 체험(이동섭 대한석탄공사 감사), 연탄장사를 하는 아버지를 도와 연탄을 나르다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맞닥뜨린 일(출판편집인 김지호) 등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 책의 수익금은 6월 발족한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이사장 변형윤)에 보내져 저소득 가정과 북한으로 연탄을 보내는 일에 쓰인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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