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단체 환치기 수법 이용 10억불법송금 방글라人 입건

아랍권 테러단체들이 자금조성 방법으로 이용하고 있는 환치기 방식인 ‘하왈라(hawala)’로 자국에 불법 송금을 해온 불법 체류자들이 처음으로 적발됐다.

부산지방경찰청 외사과는 불법 체류 근로자들의 임금을 환치기 수법으로 해외에 보낸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로 20일 야차(32) 등 방글라데시인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1998년부터 정상적인 은행송금이 어려운 불법 체류 근로자들의 송금을 의뢰받아 환치기 수법으로 440여차례에 걸쳐 10억4000만원 상당의 외화를 밀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불법 체류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한국에서 활동 중인 방글라데시 무역상들에게 지급한 뒤 이들 무역상이 자국으로 돌아가 송금을 의뢰한 불법 체류자의 가족에게 송금수수료 2%를 떼고 지불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무역상들은 불법 체류자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한국산 컴퓨터나 가전제품을 구입한 뒤 정상적으로 수입해가는 것처럼 위장, 자국에서 되팔아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

방글라데시는 자국 은행의 송금 수수료가 10%에 이르는 데다 송금기간이 1개월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국내 불법 체류자들은 오래전부터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송금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인적사항이 파악된 방글라데시 무역상 4명이 테러단체와 연관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인터폴에 조회를 의뢰했다.

▼하왈라▼

아랍어로 ‘신뢰’라는 뜻으로 은행결제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아랍권 국가에서 생겨난 비공식적인 국제송금방식. 일종의 환치기 수법이지만 거미줄 같은 국제 조직이 구성돼 있고 일상적으로 행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