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일부 지역에선 성폭력 범죄 피해자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때 가해자와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 법정 옆에 별도로 마련된 비디오 증언실에서 증언하는 ‘전자법정’이 설치되기 때문이다.
전자법정은 다음달 서울 부산 대전 광주 대구 등 5대 도시에서 시범 실시된 후 내년부터는 전국적으로 확대된다.
한편 20일 서울중앙지법 청사 가동 418호 법정에선 성폭력 사건 전자법정 시연회가 열렸다.
이날 모의재판에서는 직장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20대 피해 여성이 법정 옆에 마련된 별도의 증언실에 앉아 모니터를 통해 재판 진행 과정을 지켜보며 또박또박 증언했다. 증거물 확인도 법정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전달된 TV모니터로 이뤄졌다.
14세 이상은 자신이 원할 경우 ‘비디오 증언’을 할 수 있지만 13세 이하 피해자는 앞으로 이 곳에서만 증언을 한다.
증언실 옆에는 13세 이하의 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놀이방처럼 꾸민 또 하나의 공간이 있다. 어린 피해자들이 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증언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또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문석·金紋奭)를 성폭력사건 전문재판부로 지정했다.
법원은 조직폭력범죄 피해자 등에 대해서도 비디오 증언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 같은 시도는 대법원이 3월 성폭력 범죄 피해자가 증언할 때 피고인을 대면하고 싶지 않은 경우 비디오 증언실에서 진술할 수 있도록 규칙을 제정한 데 따른 것. 성폭력이나 조직폭력범죄 피해자들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겪어 온 ‘2차 피해’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날 모의재판에서는 법정에 설치된 모든 모니터에 증인(피해 여성)의 얼굴이 노출되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법원 관계자는 “법정 출석을 어려워하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만큼 모니터의 초상권 침해 문제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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