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7년간이나 왕따를 당하면서 자해까지 했던 경험을 가진 10대 소녀가 따돌림으로 고통 받는 또래의 학생들을 돕는 ‘왕따 해결사’로 활동하고 있다.
경남 김해시 한일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인 김혜민양(18·사진)은 초등학교 때부터 단지 친구들보다 키가 좀 크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친구들의 따돌림에 자주 가위에 눌리고 환청 증세를 보였던 김양은 중학교 시절 죽을 결심을 하고 칼로 손목까지 그었다.
김양을 수렁에서 건진 것은 바로 김양의 어머니. 어머니는 “자신이 바뀌지 않으면 친구들도 바뀌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북돋워줬다. 김양은 밝은 얼굴로 친구들을 대하려고 노력했고, 친구들의 괴롭힘 앞에서도 당당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후유증은 극심했다. 사람 앞에선 말도 잘 못했고 환청도 여전했다. 2002년 왕따당하는 학생들을 도와주는 인터넷 카페 ‘학교 가기 싫어(http://cafe.daum.net/smilingschool)’의 수습상담원을 시작한 것도 자신을 바꿔 보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나이도 어린 게”라며 무시하는 학생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비슷한 경험을 가진 또래의 김양을 신뢰하는 학생이 늘어갔다. 현재까지 김양은 600명이 넘는 학생을 상담했으며, 이 중 70여명은 자신감을 찾아 왕따를 극복했다.
이 같은 노력이 세상에 알려져 김양은 20일 한국중등교육협의회와 푸르덴셜생명보험㈜이 주관하는 ‘제6회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에서 대상인 ‘친선대사상’을 받았다.
김양은 ‘학교폭력 전문상담원’이 되는 게 꿈이다. 대학도 심리학과나 사회복지학과로 진학해 심리상담을 체계적으로 배울 예정이다. 김양은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감쌀 수 있는 전문상담가로 평생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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