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한번 설치해 볼까…”=서울지역 25개 자치구 구청장들은 최근 구청장협의회를 열고 시내 전역의 주요 골목길과 우범지역에 CCTV를 확대 설치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논의했다. 총 120억원으로 예상되는 재원은 각 구청과 시가 공동 부담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이와 관련해 권문용 강남구청장은 16일 열린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 국정과제회의에서 “서울 구청장들이 내년 상반기 중에 모든 자치구에 CCTV 방범망을 설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지방자치경찰제 도입을 앞둔 일선 경찰서들도 방범용 CCTV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대문경찰서는 17일 서장과 지구대장들이 강남경찰서 CCTV 관제센터를 방문한 데 이어 구청측과 CCTV 설치 예산문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 국방부와 검찰 관계자들도 이 관제센터를 견학했다.
2002년 논현동에 5대를 시범설치한 데 이어 지난달부터 272대를 구 전역의 골목길에 설치한 강남구의 경우 수 차례의 구민 여론조사에서 CCTV 설치 찬성 응답이 최고 80%나 나왔다. 설치 후 살인, 강도 등 5대 범죄는 평균 3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남원준 행정관리국장은 “추가 설치할 카메라 100대를 확보하고 있으며 희망지역을 접수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선 주민들이 직접 CCTV를 설치하고 나섰다. 성북구 성북동 학꿩마을 등 성북파출소 관내 3개 지역 주민들은 최근 방범용 CCTV를 공동 구입해 설치한 뒤 성북파출소에 운영을 맡겼다. 이곳은 고급 단독주택과 23개국의 대사관저가 밀집한 지역. 250여 가구가 각각 70만원씩을 내 카메라 27대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 1억6500여만원을 모았으며 ‘피(被)촬영 동의서’도 제출했다.
▽예상되는 논란들=CCTV 설치가 확산되면서 인권 침해 논란도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시민단체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방범용 CCTV는 교통단속용이나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용에 비해 촬영 범위가 훨씬 넓고 사람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근거 법령이 없다는 것도 문제. 이 단체의 김영홍 정보인권국장은 “촬영 각도나 녹화 보존 기간 등 근거 규정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방범용 CCTV 설치가 확산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5월 “CCTV 등 무인 단속 장비가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며 국회의장과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상대적으로 부촌인 강남구와 성북동에 먼저 CCTV가 설치됐듯이 앞으로도 지역 경제력에 따라 CCTV 설치 대수가 차이 나고 결국 이는 지역 경제수준에 따른 ‘방범 빈부격차’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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