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처녀 운행’에 나선 굴절버스가 들어와 멈춰 섰다. 노선번호 100번을 달고 있는 파란색의 간선버스지만 2대를 연결시킨 것처럼 길고 가운데가 구부러지는 버스가 신기한지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출발지라서 그런지 승객은 많지 않았다. 바닥이 지상에서 34cm에 불과해(일반버스는 68cm) 정류장 보도 높이와 승차 높이가 거의 같았다. 또 차에 오르내리는 계단이 없어 휠체어나 유모차도 쉽게 오르도록 돼 있었다. 휠체어 고정 장치도 눈에 띄는 등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 보였다. 요금은 일반버스와 같은 800원(카드요금 기준). 출입문이 4개고 각각 교통카드기기가 설치돼 버스타기가 편했다.
출발할 때나 급정지할 때 길쭉하고 바닥이 낮아서인지 일반버스에 비해 흔들림이 적었다. 그러나 엔진이 버스 뒤쪽에 있어 뒷좌석은 다소 시끄러웠다.
버스운전사 은희욱씨(55)는 “버스가 길어 좌회전이나 우회전 때 도로를 많이 차지할까봐 걱정했는데 버스 중간이 꺾이기 때문에 일반버스와 운전하기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좌석 수는 41개. 일반버스보다 두 배가량 많다. 출퇴근길엔 최대 150여명을 태울 수 있다고 한다. 좌석 중엔 역방향 의자도 14석 있다. 역방향 좌석에 앉은 가정주부 최현아씨(32·서울 동대문구 용두동)는 “버스가 출발하고 정지할 때 약간 어지럽다”며 “또 의자가 높고 딱딱해서 아기를 데리고 타기엔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직장인 문희경씨(40·여·서울 성북구 정릉동)는 “창문이 넓고 시야가 확 트여 마치 나들이 온 기분이 든다”며 “하지만 창문을 열수 없고 에어컨 바람도 약해 조금 답답하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수입해 온 굴절버스의 대당 가격은 5억6000만원. 시에서 2억원가량을 보조해 준다. 20일부터 도봉산∼종로3가(노선번호 100번), 상일나들목∼서울역(번호 300번) 구간에 하루 4회 투입된다. 시는 11월까지 모두 20대의 굴절버스를 중앙버스전용차로 이용 노선을 중심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이진한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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