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조망권 제한적 보호

  • 입력 2004년 9월 21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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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층주민들 고층아파트만 쳐다봐야 할 판▼

대법원은 저지대와 일반주택에 거주하는 서민들의 조망권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연을 가까이 하고 싶어 친환경적인 주거공간을 선호하는 게 요즘의 추세다. 자연경관을 바라볼 수 있는 조망권은 일조권 못지않은 중요한 입주조건으로서 그 가치가 커지고 있다. 일반주택과 저층 건물에 사는 사람들은 앞에 아파트나 고층빌딩이 들어설 경우 조망권을 심각하게 침해받는다. 일반 주택에 사는 서민은 고층 아파트의 콘크리트만 바라보며 살라는 것인가. 조망권을 제한하는 이번 판결로 인해 건설업체들이 주변 일반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더욱더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고층 빌딩을 지으려 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영목 주부·부산 금정구 금사동

▼무제한 인정 땐 남의 재산권 행사 막게 돼▼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조망권 관련 분쟁도 잦아지고 있다. 모든 사람이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조망권 침해’를 인정하기엔 무리가 있다. 현재 법원에 1000여건에 달하는 소송이 제기됐다고 하는데 조망권을 무분별하게 인정한다면 더 큰 혼란이 따를 것이다. 모두가 좋은 경관을 봐야 한다는 이유로 ‘내 집 앞’에 다른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가로막고 나서는 또 다른 ‘님비’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주변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건축업에도 지장을 줄 것이다. 따라서 조망권은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경 회사원·대전 유성구 원내동

▼경관 따라 집값 큰차… 재산가치 인정해야▼

대법원은 일조권과 조망권 침해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조망권은 사회통념상 독자적인 이익으로 중요성을 갖는다고 인정될 때만 법적 보호 대상이 된다며 그 범위를 극도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망권, 통풍권 등은 일종의 환경권 보호 차원에서 더욱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남의 조망권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건물이 들어설 것이다. 서울 한강변 아파트의 경우 한강이 잘 보이느냐, 아니냐에 따라 값이 3억∼5억원씩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이처럼 조망권은 이미 중요한 재산상의 권리가 돼버렸다. 재산가치에 대한 시장 평가 및 사회 인식의 변화를 법에서도 인정하는 게 자연스러운 추세다.

장삼동 회사원·부산 사하구 신평동

▼‘분쟁예상지역’ 개발단계서 계획 세워야▼

조망권은 특정지역 주민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을 찾아가 경치를 바라보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소유’가 아닌 ‘공유’의 개념으로 접근해, 도시계획적인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현재 지구단위 계획이 있지만 포괄적인 내용(용적률, 건폐율, 층수, 이격거리 등)만 지정하고 있어 환경권에 민감한 지역에 적용하기에는 미흡하다. 따라서 조망권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특정지역을 개발할 때는 이를 ‘환경권 보호지역’으로 구분하고, 지구단위 계획보다 상세하게 대지 내 건물 위치, 위치별 층수 등의 계획을 수립해 건축토록 한다면 조망권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으리라 본다.

김대식 건축사·서울 강서구 방화동

▽다음번 독자토론마당 주제는 ‘방범용 폐쇄회로TV(CCTV)의 가로 설치’ 논란입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청이 관내에 CCTV를 설치해 범죄예방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른 자치구도 CCTV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자치경찰제 도입 계획과 맞물려 몇몇 기초자치단체들은 CCTV 관제센터 공동운영 계획까지 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는 무차별적 감시를 조장하는 등 인권침해 소지가 많다는 이유로 CCTV 설치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일부 중심상권 지역주민도 CCTV를 설치할 경우 신원노출 우려 등으로 유동인구가 줄어 매출에 지장을 줄 것으로 보고 반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500자 정도로 정리해 10월 첫째주 월요일(10월 4일)까지 본사 기획특집부로 팩스(02-2020-1299) 또는 e메일(reporter@donga.com)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실명(實名)과 주소 직업 전화번호 등을 명기하시기 바랍니다. 채택된 글에 대해선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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