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비해 청소년들의 성인병 발생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질병이 반드시 ‘만성’이나 ‘퇴행성’ 질환을 의미하진 않는다. 소아와 청소년 시기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왕성하게 성장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일률적 검사보다는 지속적이고 자세한 검사가 필요하다. 단순히 몇 가지 혈액검사나 흉부 방사선 검사와 같은 형식적인 검사를 3년마다 전체 학생들에게 시행하는 것은 국가예산과 학부모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성인병 검진이나 기업체의 신체검사도 제대로 된 문진과 진찰이 이뤄지지 않아 ‘수박 겉핥기’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성인 검진도 이러한데 학생들에게까지 이런 형식적인 신체검사를 일괄 실시하겠다고 법을 만드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자라나는 2세들의 건강검진이 제대로 이뤄지기를 바란다면 청소년 건강관련 전문의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선진국처럼 학생들의 건강을 어릴 때부터 돌보아 온 지역 의사에게 상담을 받도록 하고 결과를 학교에 제출케 하는 것이다. 상담 결과 필요한 학생들에게만 더 자세한 검진을 받게 한다면 비용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그렇게 해야 의료전달 체계 역시 제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국회는 소아와 청소년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고 의료전달 체계도 공고히 하는 학교보건법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박재완 소아과 전문의·서울 강서구 방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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