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법원은 검찰이 수사재판 기록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특정 부분이 국가의 이익과 공공의 안전 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정보공개 거부 사유를 제시하면 그 부분에 대해 공개를 거부할 수도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따라 수사기록 중 민감한 부분의 공개 여부와 범위를 놓고 검찰과 사건 관련자 사이에 다시 마찰과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이용우·李勇雨 대법관)는 정동년(鄭東年) 전 광주민중항쟁연합 상임의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12·12 사건 등의 수사재판 기록 공개를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서울고법 판결)을 지난달 23일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보공개법상 정보공개 거부는 ‘법률 또는 법률에 의한 명령’에 근거해야 하는데 검찰이 기록 공개 거부의 근거로 삼은 ‘검찰 보존사무규칙’의 관련 규정은 행정기관의 내부 준칙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안전 보장과 질서 유지, 또는 개인의 명예와 인격 등을 이유로 정보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수사기록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 검토해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주장하고 입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검찰은 구체적 검토 없이 수사기록 전부에 대해 개괄적인 사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했으므로 이런 거부는 부당하다”며 “다만 검찰은 이러한 판결 취지에 따라 개별 정보에 대해 공개거부 사유를 구체적으로 내세워 다시 공개를 거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기록 내용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특정 부분이 공개될 경우 국가의 안전과 이익 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주장과 입증을 하면 그 부분에 대해 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고발고소인 피의자 참고인 피고인 등의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재산, 건강상태 등 개인정보는 정보공개법상 비공개대상 정보이므로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 전 의장은 검찰이 1994년 10월 12·12 관련자를 기소유예 처분한 데 이어 1995년 7월 5·18 관련자에 대해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리자 같은 해 12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뒤 1998년 2월 사건 수사와 재판 기록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 사건을 대리한 안상운(安相云) 변호사는 “판결문이 도착하는 대로 복사 비용 등을 준비해 검찰에 기록 열람과 복사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기록 사본은 5·18 기념재단 등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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