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뇌사 빠진 영아, 40대 주부에 신장기증

  • 입력 2004년 10월 3일 20시 40분


뇌사상태에 빠진 9개월짜리 영아가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40대 주부에게 신장을 기증하고 짧은 생을 마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 부산 백병원에 따르면 불의의 사고로 뇌사판정을 받은 강모군은 지난달 23일 신장 2개를 만성신부전증을 앓아온 정모씨(44·여)에게 기증했다. 강군은 국내 신장기증자 중 최연소.

강군은 지난달 16일 경남 남해군 집에서 소파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의식을 잃고 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뇌사상태에 빠진 것.

강군의 부모는 큰 슬픔에 잠겼지만 강군의 짧은 삶을 의미 있게 하기 위해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강군은 정씨에게 신장 2개를 모두 기증하고 짧았던 생을 아름답게 마감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무게 90g(성인 300g)에 불과한 강군의 신장 2개를 이식받은 정씨는 다행히 별다른 부작용 없이 회복하고 있다.

보통 성인이었다면 강군의 작은 신장이 정상기능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정씨는 몸무게가 40kg 정도로 체구가 작기 때문에 이식수술이 가능했다.

정씨는 “3년 동안 혈액투석을 받아오며 삶에 대한 의욕을 점차 잃어갔는데 강군 덕분에 새 삶을 찾게 돼 너무 고맙고도 미안하다”며 “강군의 의미 있는 죽음이 헛되지 않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병원측은 강군의 신장이 너무 작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수술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다가 정씨의 신장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언론에 공개했다.

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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