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조 세워놓고 1년… 2년…” 전국 843개棟 건축 중단

  • 입력 2004년 10월 4일 18시 16분


건설업체의 자금난 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돼 있는 경기 여주군 가남 봄빛 임대아파트 건설현장. 최근 경기침체로 건설업체의 부도나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아파트 현장이 속출하고 있다.-여주=박주일기자
건설업체의 자금난 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돼 있는 경기 여주군 가남 봄빛 임대아파트 건설현장. 최근 경기침체로 건설업체의 부도나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아파트 현장이 속출하고 있다.-여주=박주일기자
3일 경기 여주군 가남면 태평리에 위치한 가남 봄빛 임대아파트(185가구) 건설현장.

골조공사가 끝난 17층 높이의 건축물 주변엔 잡초가 무성했다. 공사현장을 둘러싼 노란 비닐천은 대부분 찢겨져 공사장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건설자재는 곳곳에 널브러져 있고 가스배관 등 금속제 시설물은 심하게 녹슬어 있었다.

현재 공정 75%인 이 아파트는 1998년 10월 착공돼 2000년 말 완공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공업체인 L건설은 임대분양이 전혀 이뤄지지 않자 자금난을 이유로 2001년 3월 공사를 중단했다. 이어 지난해 6월 어렵사리 재개한 공사도 5개월 만에 중단했다.

인근에 사는 정모씨(38)는 “웅덩이마다 빗물이 가득하고 지반 곳곳이 갈라져 붕괴 우려가 있는 데다 일부 불량청소년들도 드나드는 등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 짓다만 건축물이 즐비하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6월 현재 아파트 397동을 포함해 모두 843개의 건축물이 1년 이상 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대부분 장기 경기침체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급속히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로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고, 이 때문에 상당수 건설업체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공사를 중단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장기간 방치된 건축물의 상당수가 연면적 1만m² 이하의 중소규모이고, 짓다만 아파트의 상당수도 25.7평 이하의 국민주택이다. 이 때문에 건설업체의 부도나 공사 지연에 따른 피해를 주로 서민들이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8월 현재 국민주택기금이 투입된 아파트단지 가운데 97곳(4만6135가구)이 공사가 중단되거나 임대사업자가 임대사업을 포기한 ‘부도 사업장’이다. 이곳에 투입된 기금은 모두 4181억원에 이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금 투입에 앞서 부동산 담보 등을 확보해 건설업체가 부도나더라도 원금 손실은 크지 않지만 이자 손실과 함께 입주 지연 등에 따른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건교부 관계자는 “사업승인을 받은 뒤 2년 이내에 착공을 하지 않으면 사업승인을 취소할 수 있으나 공사가 시작된 뒤에 중단되면 공사 재개를 촉구하는 내용의 형식적인 행정지도 외에는 사업장을 정상화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건축법을 개정해 연면적 5000m²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공사중단 시 붕괴위험을 막고 주변 환경을 정비하기 위한 기금(가칭 환경개선예치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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