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퇴출바람 부나”… 외환銀이어 국민은행도 ‘모락모락’

  • 입력 2004년 10월 6일 18시 24분


《“회사가 인력 감축을 결정했으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일부는 반발하지만 대체적으로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과장급보다는 부장과 차장급들이 더 불안해하고 있다.”(외환은행 A지점 과장) 외환은행에서 시작된 인력 구조조정 바람이 다른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권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합병 작업을 진행 중인 금융회사 중심으로 조직 중복에 따른 인력 재배치와 감축 등 부분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외국계 자본이 금융회사 대주주로 등장한 점도 인력을 감축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외환위기 이후 첫 인력 감축=외환은행은 다음주부터 과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아 900여명을 감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외환은행의 한 차장급 직원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첫 구조조정이어서 직원들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외국계 대주주(론스타)가 밀어붙이면 노조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차기 행장이 선출되면 대대적인 인사 개편과 함께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으로 금융계는 예상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고위관계자는 “외부 인사가 국민은행장으로 선임될 경우 김정태 행장이 미뤄놓았던 인력 구조조정 작업이 어떤 형태로든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11월 통합하는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의 경우 하영구 행장 내정자가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합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부분적인 인력 재배치는 불가피할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증권업계에도 인력 구조조정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우리증권과 LG투자증권의 합병, 동원금융지주의 한국투자증권 인수 외에도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중소형 증권사만 1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증권 고위관계자는 “강제적인 인력 감축계획은 없다”면서도 “합병 이후 전환 배치에 따른 자연도태와 일부 자질이 부족한 인력을 솎아내는 작업은 일상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피크제 도입 확산되나=정년은 보장하되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순차적으로 삭감하는 임금피크제가 강제적인 인력 감축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은행 노사는 내년부터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제로 정년을 현행 58세에서 59세로 연장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국민은행도 현재 진행중인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임금피크제를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중이다. 이에 앞서 금융산업 노조는 7월말 끝난 올해 공동 임단협에서 임금피크제를 산별노조 차원에서 도입하기로 합의했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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