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부부의 사연은 고령화의 길로 달려가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 준다. 자식들이 한사코 모시겠다는데도 마다했다는 그 노부부의 사연은 “나이 들면 빨리 죽어야 해. 오래 사는 게 죄지”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노인네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를 짐작케 한다.
필자가 있는 병원에는 하루 수십명의 뇌중풍 환자들이 찾아온다. 대학병원에서 급한 치료를 마치고 오는 환자들이 많은데, 이들 대부분은 장기간 입원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병원비를 대지 못해 조기 퇴원을 원하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 형편이 어려운 환자가 한 달에 최소 100만원이 넘는 장기요양원에 입원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랜 투병생활은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도 지치게 한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큰 고통이 따를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감당이 안 되는 것이다.
노인성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인 ‘알츠하이머병’은 그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뇌혈관성 치매는 충분한 주의와 사전검사를 통해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러한 뇌혈관 치매에 대한 예방시스템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병 비만 등을 앓고 있는 노인은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다행히 2007년부터는 뇌중풍 치매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간병비를 국가가 지원한다고 한다. 노인들이 오래 사는 것을 죄로 생각하는 세상이 더 이상 계속되지 않기를 바란다.
허춘웅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명지성모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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