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고대-연대-이대 고교학력差 반영”

  • 입력 2004년 10월 8일 18시 21분


코멘트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가 2005학년도 1학기 수시모집 전형에서 고교간 학력차를 일부 반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해 파문이 일고 있다.

현재 내신 부풀리기로 학교생활기록부가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육부의 이번 발표를 계기로 대학의 학생선발권과 고교평준화 문제점 논란이 본격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정기언(鄭奇彦) 차관보는 8일 기자회견을 갖고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이화여대 등 6개 대학의 올해 1학기 수시모집 전형자료를 조사한 결과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가 학생부나 서류평가에서 고교간 학력차를 반영하는 전형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3개 해당 대학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의 실사는 올해 1학기 수시에만 국한돼 다양한 전형 방식에 따른 전체 합격자의 분포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등 실사 결과를 왜곡했다”며 “내신 부풀리기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교육부의 조치는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 학교에 지원했다 떨어진 수험생들의 소송이 예상되는 등 사태가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 발표와 관련해 이종백(李鍾伯)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날 서울고검 및 산하 지검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이 수사 의사를 묻자 “수사 단서가 발견되면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고려대는 최근 3년간 지원자가 소속된 고교의 진학 실적, 수능 성적, 재적학생 수 등을 고려해 석차백분위와 서류평가에 가산점인 보정(補正)점수를 0∼1점 추가했다.

그러나 실제 반영된 점수는 총점 100점 중 2점밖에 되지 않아 전형에서 특정 고교나 지역에 편중되지는 않았다.

연세대와 이화여대는 특수목적고 학생을 우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세대는 기초서류평가에서 최근 3년간 고교별 지원자와 입학자 수, 내신 성적 격차 등을 참고자료로 해 서울 특목고, 지방 특목고, 서울 강남 소재 고교 순으로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화여대는 자기소개서 평가에서 고교별 합격 현황, 입학자 성적 등을 정리한 참고자료를 활용해 특목고와 강남 소재 고교 출신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교육부는 일단 3개 대학에 대해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계획서 제출 등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모집정원 감축, 지원금 삭감이나 중단 등 재정적 제재도 취하기로 했다.

한편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고교등급제’ 금지 규정을 명문화하고 △1학기 수시모집은 성적보다 특별전형 위주로 선발하도록 권고하며 △학생부 작성 장학지도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