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국민의정부 시절 ‘동교동계 맏형’이라 불리며 영향력을 발휘했던 권씨는 기업에서 거액의 불법자금을 수수했다는 불명예를 안고 사실상 정치인생을 마감하게 됐다.
이번 선고는 또 권씨처럼 현대비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2심에서 징역 12년 및 추징금 148억5000만원을 선고받은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고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회장,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등이 법정과 검찰에서 진술한 비자금 200억원의 조성경위와 전달과정 등이 매우 구체적이고 실제 경험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내용으로 보이는 데다 현대상선의 대체전표나 외화예금계좌 거래명세서 등을 볼 때 현대상선에서 비자금 200억원을 조성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권씨는 16대 총선 전인 2000년 2월 서울 S호텔에서 전직 무기거래상 김영완(金榮浣)씨와 함께 고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과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을 만나 ‘총선 때 돈이 많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한 뒤 금강산 카지노 사업허가 등 대북사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고 같은 해 3월 김씨를 통해 비자금 200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2003년 8월 구속기소됐다. 재판부는 “카지노와 면세점 허가는 대북사업의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현대가 꾸준히 추진해온 숙원사업이었고 권씨와 정 전 회장, 이 전 회장, 김씨의 친분관계 등으로 미뤄볼 때 권씨가 김씨와 공모해 정 전 회장에게서 200억원을 받았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권씨는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며 당뇨합병증 등으로 서울 S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권씨측은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고 말했다.
한편 권씨가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1997년 한보사건 이후 두 번째. 1993∼1996년 국정감사 무마 등의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정태수(鄭泰守) 전 한보그룹 회장 등에게서 받은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가 1998년 8월 사면 복권됐다.
한편 재판부는 권씨가 금융감독원 조사무마 청탁 대가로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을 통해 진승현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대로 무죄를 확정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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