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력차 반영]“학력차 인정 당연” “강남에 못사는게 죄냐”

  • 입력 2004년 10월 8일 18시 24분


코멘트
국내의 주요 사립대가 고교간 학력 격차를 반영한 것으로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하자 지역별로 일선 교사와 학부모의 반응이 크게 엇갈렸다.

서울 강남 지역의 고교나 특수목적고의 경우 “지역간 학력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지만 비(非)강남권과 지방에서는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 지역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학력 차이 반영하는 게 공평”=단대부고의 한 교사는 “평준화 정책은 학교별 학력 차이가 없다는 전제에서 도입됐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며 “대학에 고교별 학력차를 인정하지 말라는 것은 지킬 수 없는 법을 정해 놓고 따르지 않는다고 벌을 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외고 조태식 교감도 “같은 전교 1등이라고 하더라도 학교에 따라 실력차가 확연한 것이 현실”이라며 “학교간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평등이라는 미명하에 우수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녀가 고교 2학년인 이모씨(45·서울 서초구 서초동)도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뽑아 사회에 배출하느냐는 전적으로 대학의 권한이며 그 결과도 대학이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력차 적용은 지역 차별”=서울 강북지역과 지방에서는 “대학이 거주 지역에 따라 학생을 차별하고 학문할 기회를 뺏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와 상실감을 보였다.

서울 강북 E고교의 이모 교사(40)는 “명문 사립대가 국가의 평준화 원칙을 어겨가며 지역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며 “강남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대학에서 공부할 수 없다는 것은 불합리할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좌절감을 준다”고 말했다.

강북에 고3 자녀를 둔 정모씨(50)는 “수시전형으로 연세대에 가기를 원했지만 이번 교육부의 발표에 크게 낙담했다”며 “능력이 없어 우수한 아들을 강남에서 교육시키지 못해 마음이 아플 뿐”이라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