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이 천사]<41>‘소년원의 방송DJ’ 광주 김순덕씨

  • 입력 2004년 10월 8일 18시 37분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음악으로 달래주는 김순덕씨가 광주고룡정보산업고 교내 방송실에서 아이들이 보낸 사연을 읽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 광주고룡정보산업학교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음악으로 달래주는 김순덕씨가 광주고룡정보산업고 교내 방송실에서 아이들이 보낸 사연을 읽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 광주고룡정보산업학교
“오늘은 화요일이 아닌 월요일에 여러분을 만나네요. 쌀쌀한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요. 오늘 첫 곡은 경쾌한 노래로 시작해볼까요.”

4일 오후 9시 광주 광산구 광주고룡정보산업학교(광주소년원) 방송실. 40대 중반 여성 DJ가 마이크를 잡고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학교에서 1년 넘게 ‘화요일에 만나요’라는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김순덕씨(46). 김씨는 며칠 전 추돌사고를 당해 몸이 불편한데도 자신을 기다리는 애청자들을 만나기 위해 마이크 앞에 앉았다.

이 학교는 비행을 저질러 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받은 200여명의 청소년이 각종 기술을 배우면서 생활하는 교정시설이다.

노래강사이자 라디오 진행자로 활약하고 있는 김씨는 2002년 말 ‘좋은 노래 부르기회’라는 주부모임이 이 학교를 방문했을 때 ‘음악 방송’을 결심했다.

“상처 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데 음악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이 학교 지도위원 유운천씨(39)가 김씨의 뜻에 동의해 800여만원의 방송장비를 지원해줘 지난해 4월 첫 방송을 시작했다.

김씨가 매주 학생들에게 받는 편지는 60여통. 한때 잘못을 뉘우치는 편지부터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사연, 자신의 실수를 감싸준 여자친구에게 보내는 사랑편지 등 가슴 찡한 사연들이 많다. 이 중 8통 정도를 골라 사연을 읽어주면서 신청 음악을 들려주고 편지 사연의 주인공 1명을 초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김씨는 사연이 소개된 학생들에게는 초코파이 1박스와 학용품 세트를 선물로 주고 있다. 주부모임 회원들과 지인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보태주는 덕분이다.

특수용접반 이모군(18)은 “어머니께 잘못을 빈 사연이 소개되던 날 이불 속에서 같은 방 친구들과 눈물을 흘렸다”며 “선물을 들고 찾아와 스스럼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김 선생님은 ‘소년원의 어머니’”라고 말했다.

대본을 쓰는 일이 만만치 않지만 김씨는 엔지니어인 김성배씨(41·회사원)와 고광미씨(45·주부)의 도움으로 단 한 차례도 방송을 빠뜨리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이 제 방송을 들으면서 희망과 용기를 가졌으면 해요. 기회가 되면 방송에서 소개된 사연들을 묶어 책으로 내고 싶어요.”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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