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경계령 확산=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해외통신사는 얼마 전부터 사무실 입구에서 외부인 신원확인 절차를 실시하고 있다. 직원들이 평소 휴식장소로 자유롭게 이용하던 후문에도 전자출입시스템을 설치하고 보안요원을 추가로 배치했다.
이 회사는 또 인공위성이 수십 초에서 수분 단위로 바뀌는 개인별 식별번호를 알려주면 이를 수신해 표시하는 칩이 내장된 신분증을 사원들에게 배포했다. 직원들은 사내 전산망에 접속할 때마다 이 식별번호를 입력해 자신의 위치를 본사에 알리고 접속 인가를 받는다.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한 외국계 금융회사는 이달 초 전 직원을 대상으로 테러 대비 훈련을 했다. 모의 테러 상황이 발령되자 이 회사 직원 30여명은 주요 자료를 이동용 메모리장치에 저장하고 미리 분류해 둔 주요 서류를 챙기는 등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건물을 신속히 탈출했다. 미리 정해놓은 인근 호텔로 전 직원이 대피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5분. 미국 본사에서 내려준 매뉴얼에는 각각의 단계적 행동에 걸리는 예상시간이 명시돼 있다.
일부 국내 대기업은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해 보상상품 찾기에 부산한 모습이다. 국내 최대 보험사 중 하나인 L사 관계자는 “한국이 테러 대상국으로 지목됐다는 소식이 나온 뒤 하루에 10통 이상씩 테러와 관련된 보험상품을 묻는 전화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불안한 내외국인들=경찰은 “한국이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소식이 전해진 뒤 테러 관련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며 “모든 신고에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용품 등을 판매하는 H업체는 “소화기와 방진마스크 방독면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어났다”며 “특히 일주일에 1개 정도 팔리던 방독면이 지난 한 주에만 10개 이상 팔렸다”고 말했다.
국민의 불안이 커지자 국가정보원은 ‘테러범 식별요령’이라는 책자를 발간해 인천국제공항과 주요 역에 배포했다.
이 책자는 공항 항만 호텔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의 쓰레기통이나 화장실, 휴게실에 가방이나 봉지를 방치하고 급히 떠나거나, 여행객에게 접근해 가방을 들어달라고 부탁하는 낯선 사람을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테러 경계령 이후 한국에 사는 이슬람계 거주자들도 불편해 한다.
이들은 툭하면 경찰의 검문을 받는가 하면 일부 한국인에게서 욕설을 듣기도 한다.
파키스탄 출신의 무역업자 샤리크 사에드는 “정체도 분명치 않은 테러단체와 이슬람과는 전혀 별개라는 사실을 알아 달라”고 호소했다.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