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2001년 폴라로이드社 파산 신청

  • 입력 2004년 10월 10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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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성탄절. 세 살인 꼬마 여자어린이가 아버지에게 묻는다.

“왜 지금 바로 사진을 볼 수 없어요?”

딸의 질문을 들은 에드윈 랜드(1909∼1991)는 무릎을 쳤다. 신제품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것이다.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발명품 가운데 하나인 즉석사진기는 이렇게 탄생했다.

최초의 즉석사진기인 미국 폴라로이드의 ‘모델 95’는 4년 후인 1947년 첫선을 보였다. 셔터를 누른 후 잠시만 기다리면 바로 사진이 인화돼 나온다. 대중은 그 ‘즉시성’에 열광했다. ‘모델 95’는 발매하자마자 바로 품절되는 등 대 히트를 쳤다. 당시 선전용으로 만들어진 모형 사진기까지 팔려나갔다는 얘기가 전해질 정도.

랜드의 폴라로이드사는 즉석사진기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다. 소비자들은 폴라로이드라는 고유명사를 즉석사진기라는 의미의 보통명사로 사용했다. 랜드 자신은 광학과 전기, 사진 분야에서 500여건의 특허를 취득해 미국 발명가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사업과 발명, 두 분야에서 모두 이름을 날렸다.

폴라로이드는 ‘거인’ 코닥과 벌인 특허 분쟁에서 이기면서 위치를 굳건히 했다. 폴라로이드에 필름을 공급하던 코닥이 1976년 즉석사진기 사업에 뛰어들자 폴라로이드는 일주일 만에 소송을 냈다. 10년이 걸린 긴 싸움 끝에 코닥은 1조원에 이르는 거액의 배상금을 물고 1986년 사업을 완전히 접어야 했다. ‘폴라로이드=즉석사진기’라는 공식이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폴라로이드는 1990년대 들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즉석사진기 시장 전체를 위협할 만한,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신제품이 등장했다. 바로 디지털카메라였다.

찍자마자 바로 화면에서 사진을 확인할 수 있고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카메라. 즉석사진기의 ‘즉시성’에 매료됐던 대중은 이제 즉석사진기에서 나온 사진이 마르는 데 걸리는 몇 초를 견디는 것도 힘들어했다.

폴라로이드도 뒤늦게 디지털카메라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역부족이었다. 2001년 10월 11일 결국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았지만 그 혁신에 안주해 새로운 기술과 소비자 전체의 흐름을 읽는 데 게을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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