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학력차 인정 공정한 경쟁해야 학교교육 바로 서”

  • 입력 2004년 10월 10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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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교등급제’를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고교간 학력차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내신산출 방식을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서울대 교육학과 백순근(白淳根) 교수는 최근 KDI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공동으로 발간한 ‘자율과 책임의 대학개혁’ 논문집에서 “자유민주주의에서 교육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에 의한 차별적 분배가 용인돼야 하는데 우리 교육현장에서는 이런 원칙이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 교수는 “전국의 땅값과 집값이 천차만별임을 쉽게 인정하면서도 학생들의 실력이나 능력이 천차만별임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위선(僞善)의 제도화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학교교육 유해론(有害論)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역간, 학교간에 엄연히 존재하는 학력차이를 무시하고 전국의 고등학교를 같은 수준으로 취급하게 되면서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성적 부풀리기’가 만연하고 있다”며 “우리 교육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대입전형에서 내신성적을 산출할 때 학교간의 차이를 제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고교간에 존재하는 학력차이의 근거로 2001년 작성된 한 보고서를 인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847개 고교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성적을 비교한 결과 재학생 전원이 수능성적 기준으로 전국 상위 10%에 포함된 고교가 3개인 반면 재학생 중 1명도 상위 10%에 들어가지 못한 고교가 823개로 나타났다.

백 교수는 “학교간 학력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등학교 교육의 다양화, 전문화, 특성화를 지향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 근거로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재학하고 있는 특수목적고에서 학생들이 내신성적이 불리하다는 이유로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것을 들었다.

우천식(禹天植) KDI 산업기업경제 연구팀장과 KDI 연구위원 출신인 한나라당 이주호(李周浩) 의원도 공동집필한 ‘대학개혁의 청사진’ 논문에서 “대학개혁을 위해서는 대학간 경쟁을 심화시켜야 한다”며 대학입시에서의 대학 자율성 확대, 기여입학제의 장기적 도입, 고교의 학력차 인정을 전제로 한 내신성적 개선 등을 제안했다.

또 서울대 교수 출신의 박세일(朴世逸) 한나라당 의원은 ‘대학개혁의 기본방향’ 논문을 통해 “우리나라 대학에 대한 정부 규제는 대학 행정의 전 분야에 걸쳐 있고 정도가 심해 교육혁신이 힘든 상태”라며 “대학에도 자율과 경쟁의 원칙이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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