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뜻으로 고생 끝에 즐거움이 있음을 이르는 말입니다”(학동)
11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고강1동 주민자치센터 3층. 한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옥쟁반에 구슬 굴러가는 목소리로 천자문을 외고 있다.
매일 열리는 이 ‘글 서당’은 주민자치센터가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생활한자와 천자문, 명심보감 등을 가르치기 위해 2001년 2월 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600여명의 어린이가 이 곳에서 천자문을 떼고 ‘책 거리’를 했다.
현재는 8기생 127명의 어린이가 율곡반(6, 7세)과 퇴계반(초등학생)으로 나눠 매일 한자를 익히고 있다.
훈장은 초등학교 교사로 봉직하다 퇴직한 정일희 할아버지(69). 그는 한자 뿐만 아니라 1주일에 한 번씩 전통예절도 가르친다. 특히 고사성어를 인용해 전화 통화예절과 촌수 구별, 절하는 법 등을 차근차근 가르쳐준다.
이진선 동장(44)은 “서당에 다니는 자녀의 부모들로부터 ‘아이들이 인사성이 밝아졌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귀뜸했다.
마을 공동체를 가꾸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도 돋보인다.
2002년부터 10개 민간단체 소속 158명의 회원이 ‘깨끗한 동네 만들기 협의회’를 만들어 매달 정기적으로 골목길을 청소하고 재활용품을 수거하고 있다. 수익금은 전액 생활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쓴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장애인과 혼자 사는 노인을 돕기 위해 58명으로 구성된 민원도우미와 자원봉사단도 운영하고 있다. 몸이 불편한 주민이 병원에 갈때 도움을 요청하면 봉사단이 운영하는 차량으로 데려다 준다.
전문가를 초청해 재테크와 자녀교육, 건강을 주제로 한 교양강좌를 개최하는 것은 물론 어린이를 위한 테마별 현장체험 프로그램도 분기별로 운영한다.
주민들의 이런 노력 덕분에 고강1동 주민자치센터는 2002년 경기도가 490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치센터 운영평가에서 ‘최우수 센터’로 뽑히기도 했다.
또 한국도서관협회는 최근 주민들의 모범적인 자치활동을 높이 평가해 7000만원을 들여 작은 도서관을 지어주기로 했다. 주민자치센터 1층에 30평 규모로 12월 개관할 예정인 도서관에는 동화와 소설 등 교양서적 5000권이 비치된다.
장갯말 무덤골 곰달래고개 등 옛 지명을 도로의 이름으로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이 동네는 부천에서 가장 먼저 마을이 형성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는 서울시와 경계지역에 위치한 이 동네와 부천시 소사구 소사동을 잇는 경전철 노선(11.5km)을 장기계획으로 검토하고 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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