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에서 17개 노선별 안내도를 일일이 살펴본 뒤 마포행 버스에 올라탔다. 그런데 막상 버스를 타 보니 여의도 내에서 증권거래소를 거쳐 한참을 에돌아가는 노선이었다.
김씨는 “예전 노선 안내도엔 에돌아간다면 둥글게 표시를 해서 그마나 입체감이 있었다”며 “지금은 직선 또는 W자 모양의 선 위에 정류장 이름만 적혀 있어 도무지 머리에 노선 윤곽이 그려지지 않는다”고 불만스러워 했다.
대중교통시스템 개편 이후 버스 노선과 번호가 전면적으로 바뀌었으나 노선 안내도가 효율적이지 못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서울시에 접수된 9월의 하루 평균 버스 민원 500여건 중 절반이 넘는 300여건이 노선 문의였다.
▽공급자 위주의 노선 안내=현재 서울시내 버스 정류장의 노선 안내도에는 일직선이나 U자 또는 W자 모양의 선에 정류장 이름이 일정한 간격의 점으로만 표시돼 있다.
거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버스가 경유하는 지역의 지명에 익숙하지 않을 경우 노선 윤곽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서울과 신도시를 잇는 버스는 직선으로 가는 노선과 주변 택지개발지구 곳곳을 경유하는 노선 등이 다양하게 섞여 있는데 초행길에 이를 분간해 내기는 쉽지 않다. 자칫 목적지까지의 시간이 2배 이상 걸리는 노선을 탈 수도 있는 것. 대구, 광주 등 다른 대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또 노선도가 버스 번호별로 되어 있어 번호별 노선도를 일일이 봐야만 목적지행 버스를 찾을 수 있다.
교통전문가들은 “이는 전형적인 공급자 위주의 노선 안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정류장의 버스노선 안내도 제작 및 관리는 운수사업법상 버스운송사업조합이 담당하고 있다.
▽대안은?=서울시정개발연구원 대중교통개선연구단 김경철 연구단장은 “지하철역에 있는 안내도처럼 서울시 또는 해당 지역(구)의 지도에 노선을 표시해서 거리와 방향을 알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노선도 제작을 담당하는 한 대행업체 관계자는 “한 정류장에 경유 노선이 30개 이상인 정류장이 여러 곳인 데다 노선도 자주 바뀐다”며 “지도를 넣어 입체적으로 제작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양대 교통시스템공학부 교통공학과 임삼진 교수는 “지도에 버스가 지나가는 정류장을 다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신촌, 시청 등 주요 정류장만 눈에 띄게 표시하고 노선별로 다른 색깔을 넣어 주면 된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지도가 너무 복잡하고 방대해진다는 우려와 관련해 “버스노선이 많은 정류장의 안내도는 해당 지역(구)만 표시된 지도를 바탕으로 하고 구 경계를 벗어나는 구간은 정류장간 거리를 무시한 채 주요 경유지와 최종 목적지만 표기해 주면 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 같은 지도 안내도를 현재의 번호별 노선도와 함께 붙여 놓으면 시민들이 자신이 가려는 방향에 맞는 노선의 윤곽을 지도에서 파악한 뒤 구체적인 노선별 경유 정류장 정보는 현재의 노선 안내도에서 얻을 수 있어 불편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은 지도-색깔 등 포함… 가장 빠른 노선 쉽게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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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애틀시 버스노선 안내도의 경우 도심 지도에다 노선과 버스번호를 같이 표시해 한눈에 타야 할 방향의 노선 번호를 알 수 있다.
일본 요코하마시의 경우 버스 노선에 따라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등의 색깔이 입혀 놓았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색깔만 따라가도 가장 빠른 노선이 무엇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것.
6년간 영국 런던에서 유학한 박모씨(36·서울 강남구 신사동)는 “300여개이 노선이 있는 런던의 거리도 상당히 복잡한 편이지만 정류소에 전체 지도와 지역별 지도에 노선 방향이 자세히 표시돼 목적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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