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교과서 맞습니까”…“잘못된 표현 200∼300개”

  • 입력 2004년 10월 13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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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식생활 습관은 하루빨리 극복되어야….’(극복되어야→버려야, 중학 국어 1-2, 26쪽) ‘사랑하는 처자를 가진 가장은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처자를 가진→처자가 있는, 고등 국어 상, 84쪽)

7차 교육과정에 따라 2000년부터 초중고교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국정 국어교과서 50여권에 잘못 사용한 단어, 문장 성분간 호응이 깨진 문장, 외국어 번역투 문장 등 200∼300개의 오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닫혀진 약국’(중학 국어 1-2, 36쪽), ‘어린이들이 작동시켜도 안전합니다’(중학 생활국어 2-2, 127쪽) 등은 피동사가 잘못 사용된 것으로 각각 ‘닫힌 약국’, ‘어린이들이 작동해도’로 고쳐야 한다.

외래어 표기에도 오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베드’와 ‘세익스피어’는 국제음성기호(IPA)와 한글대조표에 따르면 각각 ‘맥베스’와 ‘셰익스피어’가 옳은 표기이다.

‘호랑이가 장구 소리에 춤추는 것을 보고’(중학 국어 1-1, 19쪽)에서는 ‘맞추어’라는 서술어가 누락됐다. ‘청소까지 다 해 놓고 출근하느라고 엄마께서 더 힘드셨잖아요?’(초등 읽기 5-1, 89쪽)라는 문장에서는 경어법이 잘못 쓰였다. ‘출근하느라고’ 대신 ‘출근하시느라고’가 적절하다.

‘소년의 마음은 실망에서 단숨에 기쁨으로 뛰어올랐다’(초등 읽기 5-1, 104쪽)는 문장에서 주어는 ‘마음’이기 때문에 서술어는 ‘뛰어올랐다’ 대신 ‘바뀌었다’로 쓰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이 같은 사실은 국립국어연구원 최용기 학예연구관이 조사해 밝힌 것이다. 최 연구관은 16일 한글학회학술대회에서 50여권의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국어 교과서의 문장 실태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7차 교육과정 국정 국어교과서는 2002년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의 견해에 따라 띄어쓰기나 맞춤법과 관련한 700여개의 오류가 수정됐다. 그러나 문장의 오류는 지적된 적이 없어 학생들이 오류가 있는 교과서를 그대로 사용해 왔다.

최 연구관은 “지난해 5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교육인적자원부에 보내 새로 인쇄하는 교과서의 경우 80∼90% 이상 수정됐다”며 “하지만 이전의 학생들은 수정되지 않은 교과서로 공부했고 지금도 수정되지 않은 교과서로 공부하는 학생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여러 사람이 집필하기 때문에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고, 부족한 인력으로 수십 종류의 교과서를 검수하다 보니 문장의 오류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스템을 바꾸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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