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시대 10년… ‘코리안 드림’의 明暗

  • 입력 2004년 10월 18일 18시 21분



《1993년 산업연수생제도 실시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에 온 지 10여년이 지났다. 이들은 그동안 한국에 정착하면서 자신들의 독특한 문화를 토대로 나름의 영역과 기반을 구축해 왔고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바도 작지 않다. 그러나 점차 수가 늘면서 한국인이나 다른 외국인 노동자와 갈등을 빚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등 부작용도 커지고 있어 합리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에는 테러공포의 확산으로 이슬람교도들이 ‘테러리스트’로 오해받는 일까지 벌어져 이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편견도 개선돼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착 실태=현재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10개국 이상에서 산업연수생제도와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40만명이 넘는다.

이들은 10여년의 기간에 지역사회에서 나름의 경제적 문화적 기반을 형성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는 중국 조선족 출신들이 단단하게 터전을 잡았고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인들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의 노점상권에 뿌리를 내렸다.

또 경기 안산시 원곡동은 거주민의 70%가 중국 국적일 정도로 집단 마을이 형성돼 있기도 하다.

서울 동대문과 종묘 사이에는 네팔인들이 밀집해 살고 있고 동대문구 창신동 일대에는 달러 환전상을 하는 이란인들이 모여 살고 있다. 또 중구 신당동과 종로구 숭인동 일대에는 파키스탄인들이 쪽방을 중심으로 주거지를 형성하고 있다.

▽문화적 갈등=외국인 노동자 중 다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실하게 자신들의 꿈을 차곡차곡 키워가고 있다.

그러나 일부는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다. 올해 2월 안산시 원곡동에서는 중국인들이 최대 명절인 설날 폭죽놀이를 떠들썩하게 벌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한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과 싸움이 붙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또 여러 국적의 외국인들이 모여 있는 이태원에서는 손으로 밥을 먹는 것이 일상적인 인도인들을 향해 다른 외국인들이 욕을 해 간혹 싸움이 벌어지곤 한다.

더욱 큰 문제는 범죄. 세력화와 권역화를 통해 폭력조직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특정 국가의 노동자 출신들로 조직된 ‘H회’는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서 자기 민족의 이익을 대변해 준다며 돈을 걷고 취업을 알선하는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또 다른 외국인들이 상권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실제로 경기 남양주시 일대의 가구단지에서는 밤이 되면 외국인간의 싸움으로 외출하기가 무섭다고 하소연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에 검거된 외국인 피의자는 2000년 3438명, 2001년 4328명, 2002년 5221명, 2003년 6144명으로 매년 20% 이상 증가해 왔다. 올해 들어서는 7월 말까지 5143명에 이른다.

▽“오해와 편견은 금물”=전문가들은 외국인 노동자 증가에 따른 정확한 실태파악과 관리는 필요하지만 불필요한 편견은 경계해야 하며, 이들이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명지대 박화서(朴花緖·이민학) 교수는 “허술한 출입국 관리시스템 아래서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한달에 8000여명씩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간의 갈등과 범죄가 증가하는 것은 외국 사례에서 보더라도 필연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외국인 노동자의 대량 유입은 국내 산업의 인력수급과 세계화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며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국익 우선 위주의 정책을 펴나가는 균형 있는 외국인 행정체계 마련과 이를 담당하는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의 한 자원봉사자는 “최근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반한(反韓)감정’을 품고 테러를 계획했다는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들을 국내 산업의 한 주역으로 대우하고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막연한 거리감을 없애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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