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벽 허물고 한가족 되었어요”

  • 입력 2004년 10월 19일 21시 04분


“벽을 허무니 마음도 열렸습니다.”

경남 창원시 가음동 11 남정초등학교(교장 강재인)와 가음동 11-2 특수학교인 경남천광학교(교장 박경석)가 최근 두 학교 사이를 가로 지르고 있던 1.5m 높이의 담장 100여m를 뜯어냈다.

담장이 있던 자리는 황금측백, 은행나무, 회양목 등을 심고 예쁜 화단을 만들었다. 처음엔 서먹해 하던 두 학교 학생들도 이제 편안하게 오가며 한울타리 생활을 하고 있다.

담장 허물기는 올해 3월 남정초등교에 부임한 강 교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그는 “담을 없애면 마음이 열리고 두 학교 학생 모두의 인성교육에 도움이 된다”며 학부모들을 설득해 승낙을 받았다. 그리고 경남도교육청 예산으로 공사를 마쳤다.

청각과 정서장애, 지체부자유 학생 150명을 수용하고 있는 천광학교는 홍익재활원생의 전학을 위해 6월말 새 교실을 지으면서 운동장이 좁아져 겪었던 애로도 말끔히 털었다.

남정초등학교 5학년 이진규군은 “아무 불편이 없으며 천광학교 학생들과 잘 지낸다”고 말했다.

축구는 주로 천광학교 학생들이 남정초등학교로 ‘원정’을 가고, 남정초등 유치부 어린이는 천광학교의 애완용 닭장 등을 구경하기 위해 자주 찾는다.

남정초등의 언어장애 학생 2명은 매주 금요일 천광학교에서 치료학습을 받고 있고 남정초등 교사 10여명은 19일부터 천광학교로 가 수화를 배운다.

또 26일 천광학교 가을축제에는 남정초등 학생들이 그림과 시화를 전시하고 스포츠 댄스팀과 합창부가 축하 출연을 한다.

천광학교 박 교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부대끼며 서로를 이해하는 것만큼 더 좋은 교육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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