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트아동복지회 위탁모 ‘30년 근속 표창’ 조완수씨

  • 입력 2004년 10월 20일 18시 39분


20일 홀트아동복지회에서 30년 근속 표창장을 받고 환하게 웃는 위탁모 조완수씨. 권주훈기자
20일 홀트아동복지회에서 30년 근속 표창장을 받고 환하게 웃는 위탁모 조완수씨. 권주훈기자
“저는 자녀가 150명이 넘어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위탁모 활동을 하고 있는 조완수씨(61·서울 영등포구)는 30년 동안 151명의 아이를 키워 냈다.

친부모에게서 버려진 아이를 짧게는 한두 달, 길게는 5∼6개월씩 키우다 입양 가정으로 보내는 게 그의 일이다.

조씨는 20일 서울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위탁모들의 모임에서 홀트측으로부터 ‘30년 근속’ 표창장을 받았다.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게 늘 불안하고 걱정스러웠어요. 그래도 키우는 동안에는 내 자식보다 더 예쁘게 보살피려고 노력했죠.”

조씨는 1974년 이웃에서 아기를 입양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첫 아이를 데려왔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아이 희승이(당시 4세)였다.

조씨는 “희승이가 보름 만에 여섯 살이던 막내딸의 도움으로 제대로 걷게 됐을 때 온 가족이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또 강원도의 한 보육원에서 데려온 세 살 난 쌍둥이 자매는 처음에는 기가 죽어서인지 주는 밥만 먹고 말도 잘 안 하더니 나중에는 온갖 재롱을 떠는 ‘여우’로 변했다고 소개했다. 이 자매는 4개월 만에 프랑스로 입양됐다.

조씨는 “위탁모를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유달리 아이들을 좋아하는 남편과 ‘남의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이해해 준 자녀들, 그리고 주변의 이해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조씨는 “내가 할 일이 없어져야 올바른 세상이지만 그렇지 못하니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아기들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환갑이 지나서도 손자 손녀 대신 남의 아이를 돌보는 그는 아직도 아이들을 위해 1회용 종이기저귀 대신 천기저귀를 삶아 쓴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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