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위헌]“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경종”

  • 입력 2004년 10월 21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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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위헌결정 순간21일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시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왼쪽부터 심각한 표정으로 서울역에서 헌재 결정 방송을 보고 있는 시민들, 법정 앞에서 국민의 승리라는 피켓을 들고 헌재 결정을 환영하는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회원들, 헌재 앞에서 선고중계 라디오방송을 진지하게 듣고 있는 시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 입구에서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헌재 결정 소식을 듣고 환호하는 시민들. 김동주기자·변영욱기자·연합
헌재 위헌결정 순간
21일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시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왼쪽부터 심각한 표정으로 서울역에서 헌재 결정 방송을 보고 있는 시민들, 법정 앞에서 국민의 승리라는 피켓을 들고 헌재 결정을 환영하는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회원들, 헌재 앞에서 선고중계 라디오방송을 진지하게 듣고 있는 시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 입구에서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헌재 결정 소식을 듣고 환호하는 시민들. 김동주기자·변영욱기자·연합

헌법재판소가 21일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데 대한 각계의 반응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렸다.

▽시민단체=‘수도 이전 반대 국민연합’ 최상철(崔相哲) 공동대표는 “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국민의 뜻이 받아들여진 결과”라며 “정부가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법적, 국민적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시민연대는 “애당초 국민의 뜻에 어긋나는 것을 무리하게 밀고 나가 국론 분열과 상처만을 남긴 정부는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치분권전국연대 유성찬 사무처장은 “헌재의 결정은 관습만 중요시하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은 시대착오적인 결정”이라며 “헌재의 결정문대로 관습헌법을 근거로 판단한다면 고려의 개성, 신라의 경주는 왜 수도가 못되느냐”고 반문했다.

참여연대는 “헌재가 관습헌법에 근거한 판단을 내린 것은 성문법체계와 삼권분립 및 대의민주체계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유감”이라고 밝혔다.

▽학계=서울대 이달곤(李達坤·행정학) 교수는 “세계화 추세인 요즘 내부적으로 지역불균형과 비효율이 있더라도 그걸 극복하고 수도권을 세계적인 경쟁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수도 이전은 정부의 큰 정책 실패이기 때문에 원점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정갑영(鄭甲泳·경제학) 교수도 “수도 이전은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컸던 사안”이라며 “향후 정부가 국민투표를 강행하기보다는 수도 이전이 경제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조금 더 심도 있게 검토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고려대 임혁백(任爀伯·사회학) 교수는 “국회가 법률로 통과시킨 사안이 위헌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것은 정치적인 판단이므로 헌재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전광석(全光錫·법학과) 교수도 “하나의 사실이 오래 존속했다고 해서 그것을 관습헌법으로 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라며 “우리 헌법에는 수도 관련 조항이 없으므로 위헌으로 본 것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시민 및 네티즌=직장인 임용성씨(30)는 “사실 국민적인 합의 이전에 대통령과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던 것 아니냐”며 헌재의 결정을 환영했다.

또 헌재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탄핵 결정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와 여당도 국민의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수도 이전을 포기하고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진지하게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한 회원은 “노사모 집행부는 즉각 전열을 재정비해서 저들과의 최후의 일전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는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친노사이트인 ‘생활정치네트워크국민의힘’은 긴급성명을 내고 “국토균형발전 프로그램에 법적 잣대만을 들이대는 것이 과연 정당한 법적용이냐”며 “헌재의 결정에 대해 모든 합법적 투쟁의 공간에서 싸워 나갈 것이며 이번에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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