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경기 김포시 통진면 서암리의 농촌 들녘에 자리 잡은 2층짜리 단독 주택에서 가족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본 청소년들이 서로 감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곳은 도벽, 약물복용, 폭력 등에 짓눌려 살던 청소년들의 보금자리인 ‘새 샘터 청소년 공동체’(www.sesaem.net). 가정을 뛰쳐나와 길거리에서 방황하던 청소년들이 교사와 함께 생활하면서 대안교육을 받고 있는 곳이다. 지금은 청소년 8명이 살고 있다. 교사 2명과 자원봉사 강사 3명이 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친다.
이곳 아이들에게서 “누나”로 불리는 이평순씨(39). 그는 이곳이 문을 연 1998년 자원봉사자로 왔다가 아예 교사로 눌러앉았다. 그는 지금도 주 5일은 아이들과 함께 기거하고 있다.
미혼인 이씨는 “겉으론 거칠지만 내심 나약한 아이들이 점차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모습에 반해 이곳을 떠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동학 석사인 그는 ‘야생마’ 같은 아이들을 ‘왕자’로 키우기 위해 대학원에 다시 다니며 사회복지학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있다.
그는 “이곳 아이들은 비록 학교에 다니지는 않지만 나와 교사들에게서 영어 한문 역사 수학 음악 독서지도 등의 수업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이들은 또 각자의 텃밭에서 옥수수 배추 무 등을 유기농법으로 키우는 농사체험활동도 함께한다. 전통 무예를 통한 몸만들기나 자원봉사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이 교사는 이날 아이들과 경기 고양시의 한 자폐아 복지시설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펼쳤다.
그동안 이곳을 거쳐 간 청소년들은 모두 30여명. 대부분 사회복지시설이나 일반 직장에서 사회인으로 잘 적응하고 있다. 이모군(21)의 경우 지리산 실상사의 도법 스님이 운영하는 귀농학교에서 유기농법을 알려주는 보조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포=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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