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기범]보육인프라 서두르자

  • 입력 2004년 10월 24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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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에서 다원문화와 과학기술이 확대되고 복잡해짐에 따라 평생학습을 통한 인적자원 개발이 국가경쟁력의 주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유아기부터 평생학습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양육, 보육, 교육을 유기적으로 운영(이하 보육)하여 학습의 기회와 질을 향상시킬 것을 제안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의하면 우리의 인적자원 개발의 현주소는 세계 인적자원경쟁력에서 27위(2004년), 교육체계의 인적자원 개발 적합도에서 32위(2002년)에 불과하다. 국가경쟁력이 우수한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1980년대부터 보육에 주력했다. 평생학습 사회에서 적절한 학습을 조기에 시작하지 않으면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 모두 치명적으로 뒤떨어지게 된다. 보육은 시혜적 복지로부터 국가경쟁력 차원의 국가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

보육정책의 목적이 인적자원 개발이므로 질 높은 보육이 확대돼야 한다. 양질의 보육이 잠재적 인적자원인 모든 아동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지면 출산율이 높아져 인적자원의 양적 측면도 확보된다는 것을 프랑스 등에서의 사례가 입증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는 예산 확보는 물론 교육과정과 교사양성 과정 등을 개혁해 보육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보육인프라는 무엇보다 아동의 행복과 총체적 발달을 보장하도록 학습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학교형 형식학습에서 탈피해야 한다. 기존의 학습은 아동들이 주어진 문제를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방법으로 해결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문제생성 능력을 억제하고 문제해결 능력만 키운다. 그 결과 이미 어린 나이에 학습은 지루하고 무용한 것으로 각인되고, 자발적 탐구심은 사라진다.

잘 기획된 활동, 생활, 놀이를 통해 또래들과 함께 자연과 지역사회 속에서 학습이 이뤄지면 아동들은 학습 동기와 기초능력을 튼실하게 개발해 평생학습의 토대를 갖게 된다. 이런 학습은 아동 교사 부모 모두 만족할 것이고 조기 사교육도 필요 없게 될 것이다. 보육에서 출발하는 평생학습의 기획은 우리 교육의 틀을 새로 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학습은 우리 사회에서도 불가능하지 않다. 한 예로 이미 지난 10년 동안 전국의 공동육아 어린이집들에서 그런 학습이 시도되었으며 성과도 확인되고 있다. 국가는 이런 학습모델이 보급되고 발전되도록 보육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한다. 제도의 측면에서 내년부터 시행예정인 교사자격증제와 평가인증제 그리고 부모 교사 전문가가 참여하는 운영위원회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 사회적 보육체계를 마련해 국가뿐 아니라 사회가 보육의 책무를 져야 한다. 한 예로 ‘보육공공기금’이 조성돼 기업도 사회공헌사업으로 참여하고 로또기금도 투입될 수 있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평생학습의 관점에서 중장기 보육정책이 새로 마련돼야 하므로 주무부처인 여성부는 연구와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민관협력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사회가 아이들에게 필요한 세상을 만들어줘야 아이들은 우리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이다.

이기범 숙명여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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