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성폭력 피해 어린이의 반응이었다. 유치원 원장과 소아정신과 전문의, 경찰이 조사에 나섰고 유치원 통학차량을 운행하는 운전사가 가해자로 지목됐다. 아동성폭력 피해지원기관인 ‘해바라기아동센터’ 운영위원 신의진 연세대 교수(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이 어린이는 유치원에서 받은 성교육 충격 때문에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이라며 “평소 원아들을 잘 보살펴 주는 운전사가 ‘귀엽다’며 바지를 추어올려준 것을 성추행으로 오인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심각해지는 어린이 성폭력사건 때문에 유치원에서는 외부강사를 데려다 성교육을 시키고 있으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성교육을 학교나 유치원에만 맡겨두지 말고 부모가 직접 하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한소아과학회 이혜경 소아과장(보훈병원)은 “아이들은 보통 3, 4세가 되면 성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부모는 정확한 용어를 써서 간단하게 대답해 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10세가 될 때까지는 사람과 동물의 번식과정과 어떻게 남자와 여자의 몸으로 성장해 가는지, 성별 차이에 대한 것을 가르쳐 주면 좋다. 이때 장황하지 않고 간결하게 아이가 궁금해 하는 정도로만 대답해 주면 된다.
13세가 되면 신체 변화와 더불어 성적 호기심이 커지게 된다. 자기 몸을 친구와 비교해 보고 정상인지 궁금해 할 때는 사람마다 사춘기의 시작과 진행 속도가 다르므로 차이가 있다는 설명과 함께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 성관계에 따르는 책임이나 문제에 대해서는 간단한 설명과 함께 어른이 될 때까지 그런 경험은 가지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도 일러둔다.
부모가 성에 대해 건전하고 밝은 태도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들의 성에 대한 기본 태도는 부모에 의해 형성되는 만큼 부모가 성에 대해 절대 얘기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성을 나쁜 것으로 여기게 될 가능성이 크다.
부모가 10대 자녀에게 성에 관한 얘기를 하기가 정 곤란하다고 생각할 때에는 피하거나 방치하지 말고 소아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고려대 박상희 교수(소아과)는 어린이 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점의 하나는 거절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른 사람, 특히 어른의 말씀을 무조건 들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 기분이 좋지 않은 행동은 분명하게 거부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성적 충동과 성에 대한 탐구심이 생기는 것은 청소년이 자라면서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자녀가 이를 어떻게 처리해 나갈지 가르쳐 주는 것이 성교육의 핵심이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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