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오 중독, 미디어로 풀어요”…예방보다 활용의 場으로

  • 입력 2004년 10월 25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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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이 백악관에 있을 때 ‘It takes a village’라는 책을 쓴 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집밖에서 더 잘 크는 아이들’이라고 번역됐지만 원뜻은 ‘(아이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에서 유래된 이 말은 아동교육에서 사회의 역할과 영향력을 강조하고 있다.》

하버드대 의과대 수전 린 박사는 “오늘날 ‘마을 전체’라는 말은 ‘전자매체’라는 말로 대체돼야한다”며 “어린이의 일상생활에서 전자매체가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강조한다.

린 박사에 따르면 2004년 현재 미국의 2∼18세 아이들은 일주일에 40시간을 미디어에 사용한다. 하루평균 3시간25분 동안 TV와 비디오를 시청하며 90분간 라디오, CD, 테이프를 듣는다. 책과 잡지 신문을 읽는데 45분을 사용하며 나머지 시간에는 영화를 보거나 컴퓨터를 한다.

‘늦게 피어도 아름다운 꽃’이란 주제로 28∼30일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열리는 서남재단 주최 국제유아교육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린 박사는 “상업성에 물든 TV 비디오 컴퓨터게임과 자극적인 인터넷은 아이들에게 전통적인 놀이에 대한 관심을 빼앗아 버렸다”고 지적한다. 자극적인 매체에 길들여지다 보니 전통적인 장난감 놀이 등이 시시하게 생각된다는 설명이다.

미디어 교육 이렇게
초등 저학년·미디어 일기장 쓰기·TV 편성표 보기·선별시청하기
초등 고학년~중학 저학년·신문활용교육(NIE)과 비디오 영상철학교육·미디어 제작교육
중학 고학년~고등학생·미디어 작품 만들기·신문 등에 독자투고하기

미국뿐 아니다. TV와 비디오, 컴퓨터가 아이들의 생활의 일부 또는 전부가 되어 버린 지는 오래라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화여대 이기숙 교수(유아교육학과)는 “국내에서도 방과 후는 물론 저녁식사 후 가족 활동에서 TV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팀이 최근 전국 만 3, 5세 자녀를 둔 어머니 22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74.3%의 유아들이 방과 후 하루 1∼3시간 TV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63.3%의 유아들이 일주일에 1∼3회 정도 컴퓨터를, 79.3%가 1∼3회 비디오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인터넷 및 TV중독에 대해 발표하는 서울대 류인균 교수(신경정신과)는 “인터넷과 TV는 정보제공 및 오락이라는 기능과 영향력 측면에서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류 교수에 따르면 인터넷에 중독된 어린이는 두려움과 근심이 많으며 남이나 환경 탓을 하고 목표 지향적이지 못하다. 또 대인관계에서 참을성이 없고 비판적이며 남을 믿지 못하는 특성을 지니게 된다.

류 교수는 “TV에 중독된 어린이도 원만하지 못한 대인관계를 가지게 되고 충동적이고 적응을 못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현대사회에서 TV와 컴퓨터를 무조건 꺼버릴 수도 없다. 전문가들은 TV 및 컴퓨터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교수는 “어머니의 양육태도가 적극적인 경우 TV와 비디오, 컴퓨터의 시청 및 사용시간이 짧고 함께 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YMCA 어린이영상문화연구회 이정주 미디어교육팀장은 “미디어를 소극적 예방적 차원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교육을 학부모에게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디어교육은 어려서부터의 훈련과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이 팀장은 지적한다.

구체적으로 유치원생과 초등 저학년생에게는 미디어 일기장 쓰기, TV 편성표 보기와 선별 시청하기, TV 끄기 등을 실천하도록 한다. 또 초등 고학년과 중학교 저학년에게는 신문활용교육(NIE)과 비디오를 통한 영상철학교육, 기본적인 미디어제작 교육이 필요하다. 중학교 고학년과 고등학생에게는 본격적인 미디어 작품을 만들어보거나 신문 등에 독자투고를 하도록 한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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