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영양 전통고추 ‘수비초’ 아시죠?

  • 입력 2004년 10월 26일 20시 39분


코멘트
“농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쁩니다. 재래종 고추인 ‘수비초’ 복원작업은 사실상 완료됐으나 병해충에 강한 품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지요.”

최근 서울의 aT센터 전시장에서 열린 전국으뜸농산물 품평대회에서 수비초가 채소류 분야 대상을 받자 7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이 고추를 복원한 경북도 농업기술원 산하 영양고추시험장 이문중(李文中·35) 농업연구사는 26일 이 같이 밝혔다.

특히 이번 수상은 영양고추시험장측이 농산물시장 개방에 대비해 수비초를 복원한 이후 이를 시험 재배한 농민이 처음으로 출품해 거둔 개가라서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수비초는 당초 1960년대부터 영양군 수비면 일대에서 재배되던 품종으로 맵고 달착지근한 맛이 나며 고춧가루의 품질이 다른 품종보다 뛰어나 전국 제일의 고추로 명성을 날렸다.

그러나 수확량이 적은 데다 병해충에 약한 문제점이 있어 농민들이 갈수록 재배를 기피하면서 일반 종묘업체에서 파는 다수확 품종과 섞여 교잡종으로 바뀌는 바람에 1990년대 이후 사라졌다.

영양고추시험장과 영양군은 가격이 국내산의 4분의 1에 불과한 중국산 고추가 대량 수입되면서 지역 특산품인 고추의 입지가 흔들리자 고품질 고추를 개발하기 위해 1997년 수비초 복원에 나섰다.

이문중 연구사 등이 중심이 돼 전국에서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각종 문헌과 예전에 수비초를 재배했던 농민 등의 고증 절차를 밟아 장기간의 시험재배와 혈통보존작업을 거친 끝에 지난해에야 품종 형질을 고정시켰다는 것.

수비초는 올해 1월 국립종자관리소로부터 품종보호 출원을 획득했다.

영양고추시험장 권태룡(權泰龍·41) 연구담당은 “수비초는 ‘매콤하다’, ‘감칠맛난다’ 등의 평가를 받은 고추의 대명사였다”며 “수비초가 복원돼 ‘영양고추’의 명맥을 확실하게 잇게 됐다”고 말했다.

이 연구사는 “수비초의 모양과 맛 등을 유지한 채 역병과 탄저병 등에 강한 품종으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 3∼4년 동안 재교배작업을 해야 한다”며 “이 작업이 완료되면 농가에 수비초를 본격 보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진기자 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