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영남알프스’의 신음 안들리나

  • 입력 2004년 10월 26일 20시 46분


“천혜의 ‘영남 알프스’가 이렇게 망가지고 있는데 당국은 도대체 뭘 하고 있습니까.”

휴일인 24일 울산 신불산 일대의 영남알프스 등산을 다녀왔다는 김모씨는 25일 울산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 같은 글을 실었다.

해발 1000m 이상의 산 7개가 울산을 중심으로 밀집돼 있는 영남알프스는 유럽의 알프스처럼 경치가 빼어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이곳은 정상부근의 억새평원에 기암괴석 등 경관이 빼어나 사시사철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 초에는 대한산악연맹 주최로 영남알프스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울산시가 “영남알프스는 공업도시 울산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천혜의 관광자원”이라며 내년부터 산악관광지로 본격 개발키로 한 것도 영남알프스를 ‘보배’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보배가 김씨의 지적처럼 망가지고 있다.

효과적인 산림관리를 위해 산 정상 부근까지 개설된 임도(林道)에는 입구에 세워진 차량 출입금지 팻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레저용 차량이 마음대로 드나들고 있다.

이 때문에 맑은 공기를 마시러 온 등산객들은 흙먼지를 흠뻑 뒤집어쓰고 있지만 관리를 맡고 있는 울산시와 산림청의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천황산 아래 사자평 3000여평에는 모 영화사측이 2002년 10월 영화 세트장을 건립했다가 자금난으로 관리를 하지 않아 시뻘건 녹물이 흘러내리는 등 경관을 해치고 있지만 허가를 내준 울주군은 철거 권고문만 한차례 보내고는 2년째 방치하고 있다.

또 등산객들이 쉴만한 능선에는 무허가 식당이 수십 개의 테이블을 설치하고 버젓이 술과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그래서 “담당 공무원이 한번만이라도 현장을 둘러봤더라면 영남알프스가 이렇게 신음하지 않았을텐데…”라는 탄식이 등산객들 사이에 터져 나오고 있다.

화려한 정책과 거창한 구호 보다는 눈에 보이는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게 영남알프스를 보호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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