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을 상대평가로 바꿔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게 교육 당국의 복안이지만 상대평가도 고교간 학력차를 반영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평준화정책을 보완하기 위해 탄생된 특수목적고, 자립형 사립고와 비평준화지역의 우수 고교 재학생들은 앉은자리에서 불이익을 당하게 됐다. 가장 큰 관건인 ‘내신 부풀리기’를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수능시험 등급제는 ‘학력 저하 현상’을 더 확산시키고 국가경쟁력을 해치는 일이다. 수능시험 1등급을 상위 4%로 잡은 것은 1등에서 2만4000등까지를 ‘공동 1위’로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수능시험에선 같은 1등급이라고 해도 400점 만점에 원점수 기준으로 50∼60점의 큰 점수차가 있었다.
이들을 똑같다고 간주하는 것은 입시가 지향해야 할 공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수능 등급제 아래서는 상위권 학생의 경우 높은 점수를 따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인재가 곧 국력인 시대에 국가가 우수 학생의 학력 경쟁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새 입시안은 교육의 평등성에 초점을 맞추느라 입시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 이름뿐인 자율권이 아니라 실질적인 자율권을 대학에 부여해 수험생의 실력을 가려낼 수 있는 다른 길을 터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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