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대입안 확정]‘또다른 과외’ 부추길 우려

  • 입력 2004년 10월 28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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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는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가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등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로써 새 대입제도의 정착 문제는 그동안 4차례에 걸친 공청회와 고교간 학력이 논란, 내신 부풀리기 실태 공개 등을 통해 서로를 불신해 온 고교와 대학측에 공이 넘어갔다.

교육부는 수능 점수를 1점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과도한 입시경쟁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9등급 성적만 제시하고 대신 학교생활기록부 관리를 철저히 해 대학들이 학생부 활용을 늘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의도대로 될지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우선 수능 성적을 등급으로만 제공하면 학생들의 점수 올리기 부담은 줄어들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학들은 1등급의 1등 학생과 2만4000등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상황에서 변별력을 가지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따라서 대학들은 수능 등급은 지원자격 정도로만 활용하고 우수 학생을 가리기 위해 대학별 고사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논술고사, 심층면접을 실시하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덩달아 난이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학별 고사는 뚜렷한 기준이 없고 학교 수업만으로 대비하기 어려워 결국 학원에 의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학생부 반영 확대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대학 관계자들은 “내신 부풀리기가 극심하고 학교간 학력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학생부를 무조건 믿으라는 것은 무리”라며 “결국 대학 선발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남보다 더 나은 내신을 받기 위해 과목별 과외를 하는 경우도 벌써 나타나고 있고 치맛바람도 우려된다. 좋은 대학을 겨냥한 학생들은 수능-학생부-대학별 고사 3가지를 모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사교육 부담이 줄어들지 의문이라는 것.

교육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일부 학부모단체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추후 수능 등급을 완화하고 교사별 평가제를 도입키로 한 것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대학들은 다양한 전형방식을 통해 우수 인재를 발굴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새 도입 ‘교사별 평가’ 란▼

가르치는 교사가 달라도 한 학교 내에서 같은 교과를 배우는 학생을 일괄 평가하는 현행 ‘교과별 평가’가 2010년부터 순차적으로 ‘교사별 평가’로 바뀌게 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사 연수 등을 통해 교육현장의 여건을 조성한 뒤 2010년 중학교 신입생부터 교사별 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사별 평가는 과목을 가르치는 개별 교사 단위로 학생들을 평가해 성취도와 석차, 서술평가 등을 산출하는 것.

교사가 학생들의 수업과 평가를 전적으로 책임지도록 해 자율성과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교사별 평가의 취지다.

그러나 같은 학년, 같은 교과목 내에서도 교사별로 평가내용과 수준이 달라 평가의 공정성 시비가 일 수 있다. 교사가 가르치는 학생 수와 교사의 능력 등에 따라 학생들의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

한 학년 100명이 각각 33명, 33명, 34명 등 3개 학급으로 구성되고 A, B 등 2명의 특정과목 교사가 각각 2학급, 1학급을 지도하는 경우를 보자. A교사에게 수업을 받은 66명의 학생 가운데 1등 학생의 석차백분율은 1.5%이다. 하지만 B교사의 학급(34명)에서 1등을 한 학생의 석차백분율은 2.9%로 B교사가 가르친 학생들이 불리해진다.

교사별 평가는 교원에 대한 평가와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앞으로 충분한 검토를 거쳐 교원 평가를 교사의 학습 및 생활지도 등 본질적인 교육활동 중심의 평가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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