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헌재 때리기]4대 법안도 위헌 논란… “더 밀릴수 없다”

  • 입력 2004년 10월 28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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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수도 이전 위헌 결정 이후 여권의 ‘헌재 때리기’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헌재 결정 직후 “법적 효력은 인정해야 한다”면서 흥분한 충청권 의원들을 다독이고, 국론 분열을 우려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진 양상이다.

여권의 이 같은 대응기조의 변화는 26일 국무회의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권이 헌재에 의해 무력화됐다”고 언급한 직후 가시화됐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비롯한 개별 의원들의 강성 발언이 이어지면서 갈수록 일사불란해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충청권 의원들은 헌법재판관들의 자질론을 거론하며 탄핵 소추까지 준비하고 있고, 변호사 출신의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재판관 임명시 국회 청문회를 거치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준비 중이다.

여권이 ‘결정 수용 후 대응책 모색’에서 ‘헌재 문제점 집중 부각, 이슈화’로 선회한 것은 내달 처리 예정인 국가보안법 폐지안과 신문법, 사립학교법, 과거사법 제정 등 ‘4대 법안’ 처리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4대 법안은 공론화 과정에서부터 위헌 논란이 제기돼 왔기 때문에 헌재의 위헌 결정이 다시 내려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수도 이전보다 구체적인 조항에서 위헌 소지가 더 크다고 지적하는 법률 전문가도 많다.

따라서 여권은 ‘관습헌법’이라는 생소한 개념에 대한 집중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서 헌재 결정에 대한 비난 여론을 확산시켜 헌재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진행될 4대 법안의 위헌 공방에 앞서 미리 헌재에 견제구를 던져 놓자는 전략인 셈이다.

또 반대 세력과의 대결 구도 형성을 통해서 위기를 돌파하는 노 대통령의 전형적인 위기 타개 방식이 이번에도 동원됐다는 관측도 있다.

비판 언론을 ‘적’으로 규정한 것처럼, 헌재 역시 수구보수 집단으로 규정하고 헌재와의 새로운 대결 구도를 만들어 수도 이전 무산으로 허탈감에 빠진 지지 세력의 전열을 다시 정비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략적인 여권의 헌재 때리기는 국가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권 일각에서도 나오고 있다.

김부겸(金富謙) 의원은 “헌재 결정 자체에 시비를 거는 것은 곤란하며, 헌재가 설사 사회적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해도 지금 얘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도 “헌재에 대한 대응이 자칫 감정적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며 “법리 논쟁은 필요하지만 도가 지나쳐서는 곤란하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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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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