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방기호]겉만 따라하는 ‘핼러윈데이’

  • 입력 2004년 10월 31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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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데이(Halloween Day)’가 한국에서도 ‘유행’이라고 한다. 매년 10월 마지막 날 미국 어린이들이 즐긴다는 귀신놀이 말이다. 언제부터인지 그게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에도 유입됐고, 올해는 불황 속에도 해리포터 캐릭터, 가면, 파티복 등 핼러윈 아이템이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그러잖아도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 외래 명절이 성행하는데 핼러윈까지 보태어 법석을 떨어야 할까.

핼러윈데이는 고대 켈트족이 사자(死者)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동물 등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서양 것인들 무슨 상관이냐’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이 있지 않느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이런 추세라면 한가위조차 서양식 ‘추수감사절’로 대체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칠면조고기 한번 먹어 보지 못한 사람은 ‘왕따’당하지 말란 법도 없을 것이다.

핼러윈데이 자체에 대해 좋고 싫음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단지 서양 풍속을 받아들인다 해도 한번쯤은 그 유래를 새겨 보자는 것이요, 물질적인 쪽으로만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서양인들은 이런 축제 때 사치한 복장에 비싼 가면으로 위화감을 조장하지 않고 동네 축제로 이웃과 함께 즐긴다고 한다.

굳이 핼러윈 같은 축제를 즐겨야겠다면, 겉모습만 들여와 끼리끼리 놀 것이 아니라 대중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처용설화나 하회탈 등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울산의 처용문화제를 확대해 전국의 남녀노소가 흔연히 어울려 노는 ‘처용의 날’을 만들면 어떨까. 처용가면이나 얼굴 표정이 100여개나 된다는 하회탈 등을 하나씩 쓰고 처용가를 부르면서 아파트 단지를 돌면 신나지 않을까. 새로운 축제에 대한 수요도 충족시키고 우리 것을 되새기는 기회도 될 것이다.

방기호 사진작가·경기 광명시 철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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